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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사설] 대통령실에 보낸 민주당 항의 서한, 백지 넣고 ‘실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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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장 등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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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이 정부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방침에 대한 항의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는데, 대통령실에서 봉투를 열어보니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 2장만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 일을 주도한 고민정 의원은 “실수”라면서 “한편으로는 잘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실수로 백지를 내니 그와 관련된 보도가 더 많아졌고, 그래서 잘됐다는 것이다.

아무리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도 어떻게 백지를 넣어 보내나. 봉투에 백지를 넣은 사람이 있을 테니 실수라는 말도 믿기 힘들다. 항의라는 것은 무엇이든 나름의 논리가 있기 마련인데 그 몇 마디 적을 내용도 없는지 혀를 차게 된다. 애초에 논리도 없이 카메라 앞에서 ‘정치 쇼’만 하려 했던 것 아닌가.

고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은 더 이상 문고리 실세 뒤에 숨어서 호가호위하려 하지 마라”고 해 실소를 낳은 사람이다. 많이 쓰이는 호가호위의 뜻도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라는 황당한 말도 해 자질 논란을 불렀다.

민주당의 정치 쇼는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수입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이를 막겠다며 의원들이 후쿠시마를 방문했다. 돈 봉투 사건 피의자인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두 번이나 검찰청에 나가 “나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부정·비리 의혹이 터지면 당사자를 탈당·출당시키는 쇼를 하고 슬그머니 복당시키기를 반복한다. 송 전 대표를 포함해 9명이나 이런 식으로 ‘무늬만 탈당’을 했다.

당헌도 보여주기 쇼로 만들었다가 없애곤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혁신안이라며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을 실시할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막상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사건으로 이 조항을 적용할 일이 생기자 당헌을 고쳐 후보를 냈다. 당직자가 부정부패로 기소되면 직무를 정지시킨다는 조항도 이재명 대표가 기소되자 무시했다. 애초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던 대국민 쇼였던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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