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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한미약품, 반환 신약 또 재기할까···난치암 정복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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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릴리가 권리 반환한 BTK 저해제

지놈오피니언과 공동개발 2년만의 성과

임상 2상 중간 결과 EHA 2023서 공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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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128940)이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 해지로 권리를 돌려받은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난치암 정복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바이오벤처와 공동 개발을 통해 미만성거대 B세포 림프종(DLBCL·Diffuse Large B-Cell Lymphoma)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임상 결과를 국제학회에 공개하며 반전 스토리를 썼다.

한미약품은 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혈액학회(EHA 2023) 포스터 세션에서 DLBCL 환자 대상으로 '포셀티닙'을 포함한 3제 병용요법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포셀티닙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5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기술이전한 BTK(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 저해제다. 체내 B림프구 활성화 신호에 관련된 BTK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릴리는 류마티스관절염 관련 임상 2상의 중간 분석 결과 유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약 4년만인 2019년 1월 개발 중단을 결정하고 한미약품에 기술 권리를 되돌려줬다. 한미약품은 권리 반환 후 포셀티닙 후속 개발 가능성을 모색하던 중 국내 바이오벤처 지놈오피니언과 2021년 10월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연구자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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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EHA 2023에서 공개된 데이터는 포셀티닙과 로슈의 이중특이항체 '글로피타맙', 면역조절제 '레날리도마이드' 등 3가지 약물을 투여받은 후 반응평가가 가능한 재발불응성 DLBCL 환자 14명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다. 변자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현장 발표를 맡았다. 발표에 따르면 14명 중 11명(78.6%)이 최적 전체 반응(BOR·Best Overall Response)을 보였다.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CR·Complete Response)에 도달한 환자가 5명(35.7%)이었고 7명(50.0%)은 부분반응(PR·Partial Response)을, 2명(14.3%)은 안정형병변(SDStable Disease)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안전성 평가에서 특이적인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DLBCL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와 같이 혁신적인 치료법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반응률이 크게 향상되지 않아 난치암으로 평가 받는다. DLBCL 환자의 40~60% 가량이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다고 알려졌다. 발암 기전을 광범위하게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조합의 병용요법이 시도 중인데, 이전까지 BTK 저해제와 글로피타맙 같은 이중특이항체 병용요법 관련 임상시험은 진행된 바 없다. 글로피타맙은 B세포 표면의 CD20과 T세포 표면의 CD3을 표적하도록 설계된 항체 약물로, 림프종 등 여러 혈액암에서 치료 효능을 입증받아 미국식품의약국(FDA) 최종 허가를 기다리는 단계다.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비록 초기 단계지만 표준치료에 실패한 재발불응성 DLBCL 환자를 상대로 높은 반응률을 확인한 점은 고무적"이라며 "내년에 추가 데이터를 확인하면 후기 임상 개발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체 연구의 조정을 맡은 윤성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비호지킨림프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DLBCL은 CAR-T 세포치료제에도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며 "DLBCL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011년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 중 5건이 해지됐지만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 중이다. 2019년 얀센이 반환한 GLP-1 기반 이중작용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새로운 적응증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1년만에 MSD에 1조 원대 규모로 기술이전된 사례가 있다.

프랑크푸르트(독일)=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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