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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한국 정부 비난하고 위협한 중국 대사, 듣기만 한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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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美 승리에 베팅 후회할 것”

李, 日 오염수는 문제 삼고 中엔 침묵

국익보다 당리당략 우선해선 안 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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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그제 대사관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의 방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으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 확대는 탈중국화 시도를 추진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중국 대사가 한국 제1야당 대표를 불러 놓고 15분가량 훈계하듯이 윤석열정부 외교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후회”를 언급하면서 사실상 위협한 것이다. 대사가 주재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건 외교적 결례로 오만방자한 행태다.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도발적 언행과 내정 간섭에 해당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싱 대사의 주장은 사실 관계에도 맞지 않는다. 그는 “한·중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했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우리 정부에 한·중 관계 악화의 책임을 돌린 것이다. 적반하장이다. 양국 관계가 나빠진 건 2017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과 잇따른 역사 왜곡 시도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커지는 원인도 탈중국화 정책 때문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탓이다. 싱 대사는 또 “한국이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힘에 의한 대만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 언론 인터뷰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 통일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명은 문제 삼을 일이 못 된다.

놀라운 건 이 대표가 싱 대사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이다. 이 대표는 싱 대사의 노골적인 한국 정부 비판과 위협에도 “한·중 국민의 신뢰가 위험에 처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싱 대사가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데 이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두 사람의 만남을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30분간 생중계까지 했다. 어느 나라 정치인이고 야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가 싱 대사에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공동 대응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중국이 가동 중인 원전은 55기로 대부분 중국의 동쪽 연안에 몰려 있다. 여기서 배출되는 삼중수소 양은 후쿠시마 배출량의 50배나 된다. 중국이 원전 23기를 더 건설하고 있어 배출량은 더 늘어나게 된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4∼5년이 지나야 한국 해안에 도착하지만 중국 쪽 방류수는 수심이 얕은 서해로 곧바로 쏟아져 들어온다. 후쿠시마보다 중국이 훨씬 더 위험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후쿠시마 방류수만 언급했을 뿐 중국 방류수에는 입을 다물었다. 반일 감정을 부추겨 우리 정부를 흠집 냄으로써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 등을 덮으려는 속셈일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에는 국익보다 당리당략이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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