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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중국 대사 발언 부적절하나 실리적으로 한·중관계 풀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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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환담 중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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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가 지난 8일 각각 주한 일본대사, 주한 중국대사를 만났다. 외교 문제에서 국론 분열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중국대사의 만남이 한·중관계에 뜻하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싱 대사는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중국에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물밑에서는 경제 교류나 회담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도 일어나는 등 미국이 실익은 다 챙기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안타깝다”고도 했다.

싱 대사 발언은 그 취지는 둘째치고, 고압적이고 내정간섭적 태도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외국 대사가 국내 정치인과 나눈 대화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외교가에선 드문 일이다. 외교부가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싱 대사의 만찬 초청에 불응하기로 했다. 싱 대사의 부적절한 언행이 자초한 결과다.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중관계가 본격적인 갈등 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도 실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취지의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중국의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 후 미국은 태세를 전환해 백방으로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다. 빌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국을 방문했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도 타진 중이다. 반면 한·중 고위급 대화는 지난 1월 박진 장관의 친강 외교부장 취임 축하 전화 이후 끊겨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실리외교보다는 가치외교에 치우쳐 있다. 실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미국·일본 일변도 외교를 해왔으니, 이제는 민생에 관심 있는 여당 대표라면 일본대사가 아니라 중국대사를 먼저 만났어야 한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치외교에 대한 강조는 지금까지 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시민들의 요구는 이제 실리외교에도 눈을 좀 돌리고, 구체적 성과로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미·중 사이를 줄타기하는 복잡한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현 정부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과제인지는 의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외교에 관한 한 국론 분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야당과 소통하고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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