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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한국 기저귀 주문하면 하루 만에···대만 직구족 홀린 '로켓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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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대만 e커머스 시장' 안착

식자재·생필품 등 '韓제품' 인기

현지 업체보다 배송 빠르고 저렴

교민·현지인 사이서 입소문 퍼져

대만 쇼핑 앱 다운로드 1위 올라

직구 가능 품목만 100만개 달해

국내 中企 판로 확대 디딤돌 역할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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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한국에 이어 대만 e커머스 시장에서도 로켓 엔진에 추력을 올리고 있다. 대만 현지에서 로켓 배송은 물론 로켓 직구(현지 소비자의 한국 상품 직구) 사업까지 전개하면서 지난달 쿠팡의 대만 애플리케이션은 현지 쇼핑 관련 앱 중 다운로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상품에 대한 대만 소비자들의 높은 호감도와 한국 배송 시스템을 적용하기 용이한 높은 인구 밀집도를 동시에 주목하고 대만 e커머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파고든 결과다. 아울러 아마존·알리바바·아이허브 등 글로벌 e커머스 공룡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수요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해외 소비자의 한국 상품 직구 수요를 비즈니스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도 쿠팡의 대만 e커머스 시장 도전은 괄목할 만한 사례로 평가된다.

9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대만 내 앱은 지난달 글로벌 트래픽 업체 시밀러웹이 집계한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만 앱’ 순위에서 쇼핑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현지 대표 e커머스 업체 쇼피(7위)와 모모(9위)보다 다운로드 횟수가 많았다. 쿠팡 관계자는 “한국의 저렴한 각종 식자재와 생필품·공산품을 판매했고 무료 배송이 주효했다”며 “제2의 로켓 배송 붐이 대만에서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쿠팡은 2021년 7월 대만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쿠팡은 한국과 대만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한 ‘슈퍼앱’을 기반으로 주문이 접수되면 10분 안에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핵심 상권인 중산을 시작으로 다안·쑹산·신이·다퉁·중허까지 서비스 적용 지역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내 한계에 봉착했다. 자신들의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배달만 하는 터라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배달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퀵커머스 시범 사업 과정에서 현지 e커머스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확인했기에 현지 철수 대신 퀵커머스 사업을 지난해 10월 로켓 직구로 전환했다. 아울러 한국 식자재와 생필품 등 이른바 ‘K생산품’을 항공 배송으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로켓 직구도 시작했고 이는 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쿠팡 관계자는 “대만의 인터넷 사용률은 95%에 달하지만 e커머스 비중은 전체 유통시장에서 10% 내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에서 로켓 배송을 경험한 대만 교민들과 현지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e커머스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반면 대만의 e커머스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경제부 통계처에 따르면 2018년 2517억 대만달러(약 10조 5714억 원)였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4930억 대만달러(약 20조 7060억 원)까지 늘었다. 여성 소비자 유입 속도가 빨라진 데다 온라인 판촉 행사의 효율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은 한국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대만 현지 업체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K상품’ 판매에 나섰다. 분유·기저귀·물티슈 등 생필품과 식료품의 가격을 현지 경쟁 업체인 쇼피·모모보다 더 저렴하게 책정했다. 일례로 ‘빙그레 바나나 우유(200㎖·6개입)’는 쇼피와 모모에서 각각 1만 3440원, 1만 2880원에 판매되는 반면 쿠팡 로켓 배송으로는 2분의 1 가격인 7075원에 판매 중이다. 쿠팡은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지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대신 임대 방식으로 선회했다. 현재 쿠팡은 쇼피·까르푸와 같은 건물 내 물류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현지 배송뿐 아니라 한국 상품을 1~2일 내 항공편으로 배송해주는 로켓 직구도 강화했다. 대만 현지 업체를 이용하면 한국 상품 직구 배송 기간은 통상 6~7일 걸린다. 직구 상품 수 역시 쿠팡이 압도적으로 많다. 현재 직구 가능 품목을 100만 개까지 늘렸다. 여기에 앱 내 한국 고객들이 작성한 리뷰를 현지 언어로 실시간 번역해주는 기능까지 추가해 신뢰도를 높였다. 국내 중소기업에는 판로 확장 효과를 내주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대만은 국토가 한국처럼 도시 집약적이고 인프라와 통신 면에서 유리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대만에 배송되는 로켓 직구 상품의 절반 이상은 한국의 중소상공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벌 e커머스 공룡들은 한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국내 e커머스들에 큰 위협 요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해외 직구 금액은 47억 2500만 달러(약 6조 3000억 원)였다. 올해는 사상 최초로 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3월 국내시장에 1000억 원의 투자와 동시에 본격적인 직구 플랫폼 오픈을 선언했다.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국내 고객센터를 열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상품을 3~5일 안에 배송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당일·익일 배송까지도 가능한 서비스를 론칭한 뒤 한국과 가까운 중국 웨이하이시에 5만 평 규모의 창고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아마존은 2021년 8월 11번가와 손을 잡고 첫 국내 직구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1번가 해외 직구 거래액은 이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평균 배송일은 4~8일로 미국에서 출발하는 상품들 중 가장 빠르다. 아이허브 역시 2008년 한국 직배송을 시작으로 국내에 첫발을 디딘 후 2020년에는 한국지사 아이허브코리아를 설립했다. 1800개 브랜드, 3만여 개에 이르는 제품을 판매 중이며 한국어 및 원화 표시, 한국어 상담 서비스뿐 아니라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페이코 등 국내 3대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결제 편의성까지 키웠다는 평가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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