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최고위 아닌 최저위냐" 환영받지 못 한 40대·호남 김가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김가람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태영호 의원의 사퇴로 9일 치러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호남 출신 40대인 김가람 청년대변인(41)이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자동응답(ARS) 방식 투표를 진행한 결과 김가람 신임 최고위원이 투표자 539명 64.7%인 381표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쟁 후보였던 이종배 서울시 의원은 135표, 천강정 경기도당 의료정책위원장은 23표를 득표했다.

김 최고위원은 친윤계 지지를 받으며 경선 전부터 당선이 유력시됐다. 호남 출신으로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을 지낸 그는 20대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 전남도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선 청년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3·8 전당대회 때 청년 최고위원 경선에 나왔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에게 밀려 낙선했지만 세 달 만에 외려 체급을 높여 여당 지도부에 진입하게 됐다.

김 최고위원은 당선 직후 기자들이 ‘최고위원으로서 중량감이 떨어진다’고 묻자 “정치적인 경력이 꼭 최고위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저는 정치적인 영역 밖에서 활동해 왔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에 더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10일 김재원 최고위원(왼쪽 사진)에 당원권 정지 1년, 최고위원을 자진 사퇴한 태영호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김현동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최고위원의 당선으로 각종 설화를 빚다 지난달 10일 최고위원에서 자진 사퇴한 태영호 의원의 빈자리는 메꿔졌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김기현 대표가 이끄는 최고위원단을 향해 “최고위가 아닌 최저위 아니냐”(중진 의원)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이 의원은 “역대급 무관심 속에서 치러진 보궐선거”라며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보궐선거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김기현 대표 체제 아래 최고위원단이 유명무실하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역대 보수 정당, 여당 지도부와 비교해 약체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를 제외하고 4명의 최고위원과 1명의 청년 최고위원 중 현역 의원은 조수진 최고위원 1명뿐이고, 김병민·김가람 최고위원과 장예찬 최고위원은 아예 국회 경험이 없는 30대와 40대 초반이다.

그나마 당장 최고위 정상 가능이 가동한 것도 아니다. 태영호 의원(당원권 정지 3개월)과 함께 설화 논란으로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10일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아 내년 5월까지 최고위에 참석할 수 없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KH 그룹 배상윤 회장으로부터 지난해 4월 고액 후원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도부 리스크’를 더했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이용호 의원이 라디오에서 불쑥 제기한 ‘5인회’ 의혹으로 인해 당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국정조사 실시 합의 내용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관위 국정조사-후쿠시마 청문회 합의에 당내 불만…김기현, “합의 아냐”



이런 상황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조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특별위원회 구성 및 청문회 개최를 합의한 데 대한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당내에선 이튿날인 9일에도 여야 합의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영남권 의원은 “정국 주도권을 뺏기게 될 이상한 합의를 덜컥 한 것 아니냐”며 “왜 굳이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특위를 구성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대표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당 원내지도부가) 합의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아직 합의한 게 아니라 논의할 게 많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내 지도부는 이날 수습에 적극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 국정조사 시점에 대해 “우리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 이후에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선(先) 감사원 국정감사-후(後) 국정조사’ 조건을 분명히 해 사실상 국정조사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했다. 후쿠시마 특위 및 청문회에 대해서도 “후쿠시마 특위와 관련한 청문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 결과를 발표한 뒤 해야 한다.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과학적 진실”(박대출 정책위의장)이란 입장으로 선회했다. IAEA 보고서는 이르면 이달 말 제출될 예정이지만, 추가 시료 분석 등을 고려하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이에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합의 하루 만에 손바닥을 뒤집은 꼴”이라며“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수용과 IAEA 검증을 계속 기다리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개최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