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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남녀 임금격차 1위 한국, 육아휴직 강화해야” OECD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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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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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노동시장이 성평등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경기 회복력이 강해진다”며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가 30%를 웃돌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한국의 고질적 문제인 성별 임금·고용률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경기 회복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이시디는 지난 7일 발표한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노동시장의 성평등과 경제성장 간 상관관계를 강조하며, 한국의 오랜 문제인 성별 임금 격차와 유리천장 문제를 거론했다. 보고서에 담긴 2021년 기준 회원국의 15∼64살 성별 고용률 차이(남성 고용률에서 여성 고용률을 뺀 수치)를 보면, 한국은 17.5%포인트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14.7%포인트보다 높았다. 또 지난해 기준 성별 임금 격차(중위값 기준)는 오이시디 평균 11.9%의 3배에 가까운 31.1%였다. 한국은 1996년 오이시디 가입 이래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 1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오이시디는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성별 임금 격차 요인의 75%는 한 기업 안에서 유사한 숙련도를 갖추었음에도 업무와 책임 분배 차이로 발생하는 남성과 여성 간 임금 차이이고, 나머지 25%가 저임금 기업·산업에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주된 임금 격차 요인이 개별 기업 안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특히 기업 안에서 관리직에 있는 여성 비중이 2021년 기준 16.3%로 오이시디 평균 33.7%를 크게 밑도는 등 유리천장이 견고하다. 같은 해 기준 한국의 상장기업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비율도 10%를 밑돌아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28%보다 훨씬 낮다. 이에 대해 그간 여성계에서는 오래 일할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연공서열제 안에서 여성은 출산·육아기 경력단절을 겪으면서 승진이나 급여상승 기회를 잃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한겨레

국가별 성별 임금격차(중위값 기준). 한국(그래프 제일 오른쪽)이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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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시디가 두 번째로 짚은 요인인 저임금 기업·산업에 여성 노동자가 집중돼 있는 점 또한 한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안정적이고 임금 수준이 높은 제조업에서는 여성 비중이 28.6%에 불과하며,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일자리가 많고 임금 수준이 낮은 편인 숙박·음식적업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는 여성 비중이 각각 61.1%, 82.1%로 높았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임금 격차에 대해서도 오이시디는 “여성이 수행하는 일에 대한 저평가에서 비롯된다”며 “차별적 고용 관행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에서는 여성, 고령층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늘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4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달에 견줘 35만4천명 늘었는데, 이 가운데 34만5천명이 여성이었다. 또한 60살 이상 취업자 수는 44만2천명 증가한 반면 10대(-2만1천명), 20대(-11만6천명), 40대(-2만2천명)에서는 취업자 수가 줄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의 오삼일 차장·정선영 과장·이종하 조사역·한지우 조사역은 지난 5일 한은 블로그의 ‘팬데믹 이후 여성 중심으로 노동시장이 회복’ 글에서 “팬데믹 기간 여성 일자리가 남성에 견줘 크게 줄어드는 쉬세션(여성을 뜻하는 쉬(she)와 침체를 뜻하는 리세션(recession)을 합친 표현)이 발생했다면, 팬데믹 이후엔 여성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쉬커버리(쉬에 회복을 뜻하는 리커버리(recovery)를 합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취업자 수 증가가 경제성장으로 보다 더 잘 이어지려면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를 좁혀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분석을 보면 2010∼2022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취업자 간 상관계수는 0.52로, 유럽연합(EU) 0.7, 미국 0.9보다 낮은 편이다. 경제성장이 반도체 등 고용유발이 적은 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오이시디는 “성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성장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제시돼 있다”며 “한국의 경우 육아휴직을 강화하고 방과 후 돌봄을 확대하는 등 일·가정 양립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은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역시 “성평등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공공 및 민간 부문 성과를 증진하며 소득 불평등을 완화한다”며 “한국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오는 2035년까지 같아지면 국내총생산은 지금보다 7%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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