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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금리 연 6%대 맞나요”… 청년도약계좌 사전금리 공개에 냉담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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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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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휘경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지난 8일 공개된 청년도약계좌 1차 사전금리를 보고 실망했다. 연 6~7%대 고금리를 기대했지만 따지고 보니 김씨가 받을 수 있는 금리 혜택은 최대 연 4.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거래은행의 청년도약계좌 우대금리 조건 네 가지 중 두 가지만 충족할 것 같은데, 이 경우 연 5%대 금리도 받을 수 없다”며 “기존의 적금을 깨고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유인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청년도약계좌의 1차 사전금리가 공개된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층이 5년 동안 매달 70만원씩 넣으면 5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인데,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 6%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대금리 비중이 큰 만큼 사실상 연 6%대 금리를 적용받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납입 한도와 기간도 지나치게 많고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에 참여하는 11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경남)이 내놓은 기본금리(3년 고정)의 평균은 연 3.63%로 나타났다. 기본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연 4.5%를 보였고 농협은행(연 4.0%)이 그 뒤를 이었다. 그 외 나머지 9개 은행은 모두 연 3.5% 금리를 제시했다.

연간 개인소득 2400만원 이하인 청년 등에 주는 소득 우대금리는 11개 은행 모두 0.5%로 동일했다. 여기에 은행별로 우대금리를 1.5~2%포인트 더해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경남은행 등 6곳이 2.00%포인트, 부산·대구은행(1.80%포인트), 광주은행(1.70%포인트), 기업·전북은행(1.50%포인트) 순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청년들이 매월 40만~70만원을 5년 만기로 부으면 금융권의 금리와 정부 기여금 등을 더해 5000만원 가량의 자산을 마련하도록 지원한다. 가입대상은 총급여 7500만원 이하의 개인소득 요건과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소득 요건을 충족하는 만 19~34세 청년이다. 금융위는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되면 300만명의 청년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차 사전금리 공개 후 정책 대상인 청년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당초 예상대로 청년도약계좌 연 6~6.5%대 최고금리를 제공하지만, 은행별 우대금리 비중이 커 사실상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청년은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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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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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를 이체하거나 만기를 채우는 등 적금을 부으면서 제공하는 우대금리 조건도 있었지만, 과거 해당 은행의 예·적금을 보유하지 않았어야 했거나 해당 은행의 카드 실적을 보유하는 등 특정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은행은 자사의 알뜰폰 브랜드인 리브 모바일을 사용할 경우 0.20%포인트 우대 금리를 준다.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선 기존에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새로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가장 높은 기본금리를 주는 기업은행은 지로·공과금 납부, 카드결제 실적, 주택청약 신규 가입, 마케팅 수신 동의 등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11곳의 은행 중 8곳이 우대금리 제공을 위해 카드 실적을 요구했다.

아울러 월 40만~70만원씩 5년간 부어야 하는 점도 청년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청년도약계좌는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할 경우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지원받을 수 없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로 팍팍하게 사는 청년층 입장에서는 납입 금액은 많고, 만기도 길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2월 나온 청년희망적금은 최고 연 10%에 달하는 금리 혜택으로 출시 당시 정부 예상 범위의 8배가 넘는 286만8000명이 가입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적금 유지자는 241만4000명으로 급감했다. 출시 10개월 만에 가입자가 45만명이 빠진 것이다. 청년희망적금의 만기는 청년도약계좌보다 짧은 2년이며 납입 한도도 50만원이었다.

서울 중곡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8)씨는 “240만원 되는 월급에 월세, 학자금 대출, 공과금 등 나가는 돈을 제외하면 40만원 정도도 적금에 붓기 부담스럽다”며 “또 향후 결혼하거나 집값이 급등하는 등 여러 변수가 있는데 5년 만기를 채워야 한다는 점이 선뜻 가입을 어렵게 한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예·적금담보부대출을 운영해 가입자 이탈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생활비가 필요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도록 해 중도해지를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도해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은행권과 협의하고 있지만 예·적금담보부대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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