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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선 한참 넘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카드…언론장악 논란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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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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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들 학폭 무마’ 의혹 등 그에 대한 자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이동관 특보는 ‘방송 장악’을 실행에 옮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을 지내는 등 방통위원장이 지켜야 할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공직 이력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부적격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방송 장악’ 주도 의혹

이동관 특보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그가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 해임과 대통령 측근인 구본홍 <와이티엔>(YTN) 사장 임명(이상 2008년),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수사·기소, 조·중·동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을 가능케 한 미디어법 날치기(이상 2009년) 등 숱한 방송 장악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이 시기에 정부의 언론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등을 지냈다.

이동관 특보가 당시 방송 장악 논란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2021년 공개된 ‘국정원(국가정보원) 언론장악 문건’ 등에서도 나타난다. 최승호 전 문화방송 피디 등 언론장악 피해자들이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낸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 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2009년 12월24일) 제목의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문화방송 등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과 출연자의 성향을 ‘좌파’, ‘좌편향’ 등으로 분류한 뒤 “좌편향 진행자 퇴출 및 출연자 교체”, “가시적 성과 미흡시 문제 프로그램 폐지·포맷 변경” 등을 ‘편파 방송’의 대응방안이라고 적시했다.

해당 문건의 표지에는 ‘12.18 홍보수석 요청자료’라는 표시가 있다. 당시 홍보수석이 이 특보였다. 이후 문화방송에서는 방송인 김제동이 출연한 <환상의 짝꿍> 폐지(2010년 4월)를 시작으로 김미화, 시사평론가 김종배, 김여진, 윤도현, 박미선 등이 줄줄이 퇴출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장은 9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엠비(MB) 정권 때 벌어진 공영방송 장악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이 이 특보였다는 사실은 국정원 문건 등을 통해 낱낱이 드러난 상태”라며 “그를 방통위원장에 앉힌다는 것은 대놓고 방송 장악에 다시 나서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 정치 편향성 및 과거 이력 논란

이 특보는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 등을 거쳐 2012년,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를 시도했다. 현 정부 출범 전에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특별고문을 맡았으며 현직은 대통령 특보다. 이런 그의 이력은 그 자체로 정치적 중립과 방송의 독립성·공정성을 지켜내야 할 방통위원장과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그가 <동아일보> 출신이라는 점과 지난해 윤석열 정부 인수위 고문을 지냈다는 점 등은 ‘결격사유’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거쳐 정계에 진출한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2019년까지 동아일보를 대주주로 둔 <채널에이>의 시사프로그램 ‘외부자들’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채널에이는 내년 상반기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과거 방통위는 종편 재승인 심사 기본계획을 마련할 때, 재승인 대상 방송사나 지분 5% 이상 주주사인 신문·방송사에 재직하거나 일정 기간 기고·출연한 사람은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방통위법에서는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 보장’을 목적으로 3년 내에 인수위 위원을 지낸 이는 방통위 상임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동아일보에 20년 넘게 재직한 뒤 정계에 진출하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출연자로 활동해온 이동관 특보가 채널에이 재승인 심사를 총괄하는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박성중·홍석준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3월 야당이 안형환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추천하자 그의 ‘정치적 편향성’과 통신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부회장 이력’이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여당의 거부권 행사 요청을 받아들여 석 달째 최 전 의원 임명을 외면하고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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