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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CFD 미수채권, 증권사 자기자본의 최고 7%… “주가·건전성에 영향 줄 정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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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창구에서 시작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갚지 못한 돈이 25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주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대규모 손실을 걱정할 만한 상황 또한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손실을 입었다고 가정해도 자기자본의 최고 7%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감독당국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업계 또한 미수채권이 주가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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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투자업계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차액결제거래(CFD)를 취급한 국내 13개 증권사 중 문제가 된 8개 종목(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과 관련해 미수채권 금액이 가장 큰 곳은 A증권사로, 이 증권사는 지난달 4일 기준 고객으로부터 685억6000만원의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지난 3월 기준 CFD 거래잔액이 685억6000만원 이상인 증권사는 8곳(한국투자·삼성·메리츠·하나·키움·교보·DB금융투자·유진투자증권)이다. 이 중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작은 유진투자증권이 A증권일 경우, 8개 종목과 관련한 미수채권 금액은 자기자본의 6.82% 수준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증권이 A증권일 경우 이 비율은 0.96%로 줄어든다.

위 자료를 이 의원실에 제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를 익명으로 처리한 이유에 대해 “대외적으로 어느 회사가 손실을 많이 봤다고 공개하는 건 창피 주는 것뿐”이라며 “시장엔 증권사를 익명으로 표시해 회사 간 미수채권 금액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CFD는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으로 가진 돈의 최대 2.5배만큼 증권사로부터 빌려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4억원으로 10억원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문제가 없지만, 하락할 경우 투자자는 원금을 모두 잃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에 돈을 갚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억원으로 10억원어치의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70% 하락할 경우, 투자자는 원금 4억원을 날리는 것은 물론 증권사에 3억원을 추가로 갚아야 한다. 고객이 이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이를 미수채권으로 잡는다. 즉 증권사의 손실이다.

CFD로 13개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2521억원의 돈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자기자본에 비춰봤을 때 7%도 안 되는 비율이 손실이 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CFD로 인한 미수채권은 증권사 덩치와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라며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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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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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감원은 증권사별로 미수채권 금액이 700억원 가까이 차이 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A증권의 미수채권이 685억6000만원을 기록할 동안, B증권에선 1원의 미수채권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증권사별로 CFD 내규가 상이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이 13개 증권사의 CFD 현황을 살핀 결과 ▲CFD 거래 제한이 없는 증권사 ▲200억원이라는 CFD 한도는 있으나, 고객 요청 시 쉽게 한도를 올릴 수 있는 증권사 ▲CFD 한도를 20억원으로 제한하고, 최소 2개 이상 종목에 투자하도록 한 증권사가 있는 등 이들의 세부 규정이 모두 달랐다. 이와 관련해 황선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내부통제 수준에 따라 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손익이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25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지만 증권사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 대비 사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사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하한가 사태의 첫날이었던 지난 4월 24일부터 전날까지 1.49% 상승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CFD 거래대금이 최상위권인 키움증권에 대해 “최근 주가가 크게 조정받았으나 실제 미수채권으로 인한 충당금은 전체 익스포저 대비 현저히 작을 것”이라며 “이런 조정은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신뢰가 기반인 사업인 만큼 신뢰가 깨진 데에 대한 고객 이탈 가능성은 있다.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FD 사태가 증권사의 재무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향후 고객 이탈 여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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