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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칼럼] 우리 술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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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서울벤처대학원 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아시아투데이

정철 서울벤처대학원 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왜 명주(銘酒)·명가(名家)가 없을까?

인류가 소비하는 모든 식품 중에 술만큼 태초부터 인간의 삶과 역사의 궤를 같이하고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기호품도 드물다. 술 종류는 셀수 없이 많고 또 세상 어디를 가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명주가 있고 대대로 내려온 양조 명가들이 있다. 명주는 곧 브랜드 파워를 의미하고 그 양조장에서 제조한 술 품질을 소비자 누구나 인정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손님이나 지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무슨 술을 내놓고 무슨 술을 선물해야 하나 망설여질 때가 많다. 우리나라는 지방에 가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꼭 맛보고 싶은 음식은 많지만, 그 음식에 어울리는 특색있는 지역 술이 마땅히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술은 그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대표하는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일상과 뗄 수 없는 기호품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술은 지역 농산물 소비와 경제적·문화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각국은 자국의 농산물 소비 촉진과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술 산업 육성에 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술 수출을 통해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무역 대국이면서 K-푸드와 문화를 세계 곳곳에 전파하고 있지만 우리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명주·명가를 꼽으라면 아마도 대다수 국내 소비자들은 선뜻 떠오르는 술이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명주와 명가 육성을 위해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으로 그 역할을 분담해 구체적인 대안을 전략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술의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공공영역의 역할>

우선 공공영역 관점에서 보면, 첫째, 세원 관리와 주류 유통 질서를 담당하는 기재부와 국세청에서는 그간 주세법 개정과 규제개선으로 주류산업 육성에 큰 역할을 해왔고 현재도 주류 수출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중에 있다. 다만, 현재 맥주와 탁주에만 적용하고 있는 종량세제를 전 주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종량세제는 고도주에는 고세율, 저도주에서는 저세율을 적용하여 자국민이 고도주보다는 저도주를 소비하도록 유도하여 국민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또 종량세제를 통해 술 품질을 고도화하여 수입 술 대비 자국 술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수출경쟁력 제고와 농산물 소비 촉진 및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주류산업을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차원으로 접근하여 FTA에 따른 잉여 쌀소비 촉진과 국가 경쟁력 식품산업으로 육성하고, 주요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연계하고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류안전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그간 주류업체를 대상으로 위생 안전분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양조장의 위생환경이 대폭 개선되고 이물질 사고가 줄고 주질도 향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현재의 간헐적 주류 안전관리체계에서 품질관리가 연동된 주류 안전관리가 상시 이루어지는 민관합동 모니터링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대부분의 영세업체는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주류를 제조하고 있어 표준화된 주류 제조와 품질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소규모 HACCP과 스마트 HACCP 인증을 업체에 적극 보급하여 균일한 고품질의 주류가 제조되도록 중소규모 설비의 자동화·디지털화에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HACCP 인증 후 사후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의 현장애로사항을 현실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전통주산업 진흥 업무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그간 다양한 육성 사업을 통해 전통주 산업 활성화와 양조 전문인력양성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여전히 전통주 산업의 규모는 작고 영세업자들이 주로 창업하는 수준이며 수출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특히 선진국과는 다르게 전통주 산업과 국내 농산물 소비와의 연계성이 미미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러한 국내 전통주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현행 술 품질인증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술 품질인증제도는 하향 평준화되어 있는 국내 술 품질을 상향 평준화하고 수입 술 대비 품질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둔 것이다. 오늘날 해외 술들이 지역 명주가 되고 명가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술 품질등급제 도입과 운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현행 술 품질인증제도를 지리적표시제와 원산지표시제가 포함된 국내 산업 실정에 맞는 한국형 술 품질등급제도로 개선하여 장기적 안목에서 단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주 산업 진흥 차원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에서는 중견기업 소위 지역 히든챔피언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로 구성되어 있는 현재 국내 전통주 산업 구조로는 전통주 산업 육성과 농산물 소비, 일자리 창출에 있어 그 한계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지역 중견기업들이 문화콘텐츠로 자리를 잡고 수출역군으로써 수출 활성화에 앞장서며 그 양조장들에 전통과 역사가 쌓이면 해외에서처럼 명주·명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민간영역의 역할>

우리나라 주류시장은 수입 술 포함 약 10조 수준이며 수출은 약 4천억, 수입은 1조4천억으로 매년 큰 폭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류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수입시장은 날로 우리술 시장을 거대자본과 마케팅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제 우리 술 산업도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전통주를 포함한 국내 주류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명주·명가의 탄생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지역의 대학과 협회 등 민간영역의 역할도 한몫을 한 측면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주류산업과 직접 관련되는 정부기관들은 1,300여 개의 주류산업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현장 애로사항을 해결허고 해외 주류 시장을 공략하는데 한계가 있어 그 공백을 주류 관련 협회 등 민간영역이 메울 수 있도록 정책·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대기업은 지역 중소기업의 양조기술 혁신을 돕고 주류 관련 포럼과 세미나 등을 통해 정보와 인적교류를 활성화하여 상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의 적극적인 민간영역 참여와 민간기업 간의 개방적인 교류가 공공영역과 연계되어 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향후 선진국형 민관 협업체제가 구축되고 정착화되면 국내 주류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해외 명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글로벌 명주·명가가 육성될 것이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 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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