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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자유로 걷던 80대, 잇따라 차에 치여 숨져…첫 충격 운전자 '뺑소니' 혐의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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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충격 운전자 사고 후 도주
미조치에 2, 3차 사고로 이어져
"산책 나간다"며 나간 후 사고
유족 "치매 진단 받은 적 없어"
한국일보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기 고양시 자유로 사고 영상 블랙박스.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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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를 걸어 횡단하던 80대 남성이 차량 여러 대에 잇따라 치여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초 충격 차량 운전자가 그대로 달아나며 2, 3차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도 파악됐다. 영상에 담긴 모습이 참혹한 탓에, 온라인상에선 당시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두고 "자유로에 누군가 시신을 유기했다"는 괴담까지 퍼졌다.

9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유로 마네킹' 등 제목의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 일산방향 자유로에 신체가 훼손된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이 영상은 지난달 27일 유튜브 한문철 TV에도 공개됐다. 제보자는 "지난달 22일 오후 10시 30분쯤 일산 동구 장항 IC 쪽으로 가던 중 심각한 정체가 빚어졌다"며 "가까이 다가가 보니 노인이 누워 있었는데, 주변에 사고 흔적이 없어 시신을 (자유로에) 버린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한국일보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제보 영상. 제보자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노인이 누워 있었는데, 주변에 사고 흔적이 없어 시신을 (자유로에) 버린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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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이 확산되며 "달리는 차 안에서 시신을 던져 유기한 것 같다", "후미진 곳도 아니고 차 많은 도로에서 참혹한 상태의 사체가 발견되다니 너무 무섭다" 등의 반응이 확산됐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참혹한 일이 벌어졌을 리 없다", "사람이 아닌 마네킹인 것 같다" 등의 반박도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사고 목격자라고 밝힌 누리꾼은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노인을 차로 친 차량을 5분 정도 쫓아가며 경적과 하이빔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빠른 속도로 그냥 가기에 사고가 날 것 같아 자유로를 빠져나와 신고했다"며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실제 교통사고 현장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8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22일 오후 10시 10분쯤 자유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다 차량 여러 대에 치이고 역과 당해 숨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당일 오후 5시쯤 고양시 화정동 자택에서 산책을 다녀온다며 나간 후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A씨 유족 측은 경찰이 언론에 "고인이 치매와 당뇨를 앓아왔다"고 설명했던 부분에 대해, 본보에 "고인은 평소에도 등산, 산책을 즐기시는 분이었고 건강검진에서 치매 증상을 진단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알려왔다. 또 "1차 가해자가 병원으로 바로 이송만 했어도 살아 계실 수 있었다"며 "아무런 준비 없이 고인을 보내드려야 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말들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는 부분은 초기 사실 확인이 잘못됐던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A씨가 스스로 걸어가 사고가 났다고 판단한 근거로는 "A씨가 집을 나서는 모습과 사고 직전 차량 블랙박스 영상, '한 노인이 자유로를 걷고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 기록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를 가장 처음 차로 친 B(78)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B씨는 A씨를 차로 친 후 그대로 집으로 갔다가 1시간여 후 에야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이후 여러 대의 차가 A씨를 역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단 횡단이었다 하더라도 A씨를 친 차량 운전자들에게 전방주시 의무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어느 차량이 A씨를 직접적으로 숨지게 했는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발생한 무단횡단 사고라도 사람이 서 있었고, 가로등 조명이 밝았던 경우 등 운전자 시야가 충분히 확보된 상황이라면 전방주시 책임이 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난 경우 일반적으로는 무단횡단을 한 사람의 과실이 100%지만, 가로등이 환히 켜져 멀리서부터 사람이 확인됐는데도 피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선 전방주시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B씨가 사고 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것에 대해서도 "1차 사고 후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2, 3차 사고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에 대한 부분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6월 9일자로 출고된 "자유로 걷던 80대, 잇따라 차에 치여 숨져…첫 충격 운전자 '뺑소니' 혐의 입건" 제하의 본보 보도와 관련, 고인의 유족은 고인이 자유로까지 이동해 사고를 당하게 된 원인에 대해 "고인은 평소에도 등산, 산책을 즐기시는 분이었고 건강검진에서 치매 증상을 진단 받은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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