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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중국, 쿠바에 스파이 시설 건설 합의” 보도…백악관 “부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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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쿠바 외교부 차관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가 8일 아바나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이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도청시설을 짓기로 비밀합의를 했다는 언론 보도는 허위 보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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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쿠바가 미국을 겨냥한 도청 시설을 쿠바에 짓기로 비밀 합의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쿠바는 “근거없는 보도”라고 부인했고, 미국 정부는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현지시각)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이 경제난에 빠진 쿠바에 몇십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지원을 해 주고 쿠바는 그 대가로 중국에 신호정보(시긴트)를 수집할 수 있는 도청시설의 건설을 허용하기로 비밀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쿠바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에서 100마일(160㎞) 정도 떨어진 섬나라여서, 만약 도청시설이 들어설 경우 미국 남동부 미군기지의 예민한 군사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선박의 통행도 감시할 수 있다고 신문이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에는 미국의 6개 지역별 통합전투사령부 중에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와 중·남미를 담당하는 남부사령부 두 곳의 본부가 있다.

이에 대해 쿠바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완전히 허위이고 근거 없는 보도”라고 부인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외교부 차관은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에 미국을 포함한 어떠한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런 종류의 비방은 종종 미국 관리들이 조작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당장 입장을 내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보도를 봤지만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중국과 쿠바의 스파이 기지 개발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며 “두 나라 관계는 우리가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있는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과 마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성명을 내어 보도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미국과 플로리다에서 100마일밖에 안 떨어진 곳에 정보시설을 짓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쿠바는 과거 미국과 옛 소련이 한창 냉전을 벌이던 1962년 전 인류가 핵전쟁의 문턱까지 갔던 미사일 위기를 겪은 현장이다. 당시 옛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해 미국을 위협하려 하자, 미국이 쿠바에 대한 강력한 해상봉쇄로 맞서면서 두 초강대국이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었다. 위기는 마지막 순간에 옛 소련이 미사일 철수를 결정하고 그 대신 미국도 튀르키예에 배치된 중거리 미사일을 철수하라는 옛 소련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해소됐다.

또 쿠바에는 옛 소련이 해외에서 운영했던 신호정보 수집 시설 중 가장 큰 시설이 있었다. 수도 아바나 외곽에 있던 이 시설은 2001년 폐쇄됐다. 2014년 이 시설이 다시 운영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오보로 보인다고 신문이 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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