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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조태용 “한·중관계, 상호존중이 기본”···‘정부 비판’ 싱하이밍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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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국책연구기관 학술회의 기조연설

“당당한 외교로 건강한 관계 만들겠다”

북 위성 발사엔 “주민들 10개월치 식량”

“수년간 한반도에 가둬” 전 정부 비판

경향신문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4개 국책연구기관 공동학술회의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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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9일 한·중관계에 대해 “국가 간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한·중관계 악화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며 미국 중심 외교를 노골적으로 지적한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조 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분야 평가와 과제’ 주제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 주관 공동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국익을 중심에 두고 원칙과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한다”며 “중국과의 관계도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가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한 데에 불편한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싱 대사는 전날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한 이 대표에게 “현재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을 부딪쳤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미·중 경쟁에서)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작심한듯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조 실장이 “상호존중” “당당한 외교” “건강한 한·중 관계”를 언급한 것은 중국에 끌려다니지 않는 대등한 관계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실장은 싱 대사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기조연설에 중국 얘기가 있다”며 “말씀드린 대로 받아들여 주시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갈등을 주요 계기로 냉전적 국제 질서가 심화하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미국 입장에 적극 동조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며 외교 분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조 실장은 지난달 31일 처음 시도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한 번에 쏟아부은 비용이 북한 전체 주민들의 10개월 치 식량에 해당한다”며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인권 유린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 위주로 전개됐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활동 공간은 한반도를 넘고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로 확대돼왔음에도 지난 수년간 우리는 스스로를 한반도에 가둬왔다”며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전략의 지평은 한반도에 한정되지 않으며 전 세계를 무대로 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또 “무고한 사람들 삶을 담보로 하는 현재의 취약한 평화가 진짜 평화라 믿으며 스스로를 속이고 진실을 회피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철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는 가짜 평화”라고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를 재차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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