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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전공대는 놔두고 왜 임금 깎나”… 한전 직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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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가 재무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고강도 자구책에 내부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임금 인상분 반납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한전공대 출연금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게 먼저라고 주장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전 노동조합과 사측은 올해 임금 인상분 반납을 놓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임금 교섭, 자구노력 집행을 위한 실무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지난달 한전 자구책이 발표되고 첫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은 임금 인상분 반납을 안건으로 올렸고, 노조에서는 명분 없는 임금 인상분 반납에 반대하고 있다.

한전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임금 및 인력 조정, 비용 절감, 자산 매각을 통해 2026년까지 약 25조원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책을 발표했다. 노사의 가장 큰 쟁점이 된 임금 조정안에 따르면, 한전 2급(부장급) 이상은 올해 임금 인상분 전액, 3급(차장급)은 반액을 반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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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국전력 영업지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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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내부에서는 전기요금 결정 체계에서 비롯된 적자를 한전 직원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불만이 나온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한전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다. 한전 손실이 급증한 것도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기를 매입해 가구·기업에 판매하는 데 비싸게 사서 싸게 팔다 보니 적자가 누적됐다.

일부 직원들은 한전에너지공과대학 출연금 축소가 시급한데,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손도 못 대고 있다고 본다. 한전과 10개 계열사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전공대에 1724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1588억원,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1321억원, 743억원의 출연이 예정됐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만들어진 학교다.

한전공대는 대부분의 예산을 한전과 계열사가 내는 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 지자체 출연금이 나머지를 보조한다. 정부는 300억원가량의 전력기금 몫은 그대로 두고, 한전의 출연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한전공대에 대한 한전 출연 계획 재검토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한전 출연금이 축소될 경우 학교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에 대한 직무와 책임을 유기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해임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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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회 의원들이 지난달 15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국에너지공대 출연금 재검토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전남도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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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과 함께 15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내놓은 가스공사에서는 프로농구단 운영을 둘러싸고 비슷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공사는 올해 임금 인상분, 성과급 반납을 포함한 임금 조정안을 내놓았는데, 직원들은 농구단 운영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정안에 따르면 공사 2급(부장급) 이상은 임금 인상분 전액, 1급은 성과급 전액, 2급은 성과급 반액을 반납해야 한다.

가스공사의 농구단 운영은 인수 당시부터 불만이 제기됐다. 이미 태권도단을 운영 중이라 농구단까지 맡는 게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지자체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농구단은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이 재직 당시 고교 동문을 영입한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사는 채 전 사장 결재를 거쳐 농구단의 운영 지침을 바꿔 연봉 1억원 이상의 총감독, 외부 단장 자리를 마련했다. 공사 측은 자체 운영 진단에서 “사유화를 통한 농구단 예산 빼먹기”라고 지적했고, 외부 단장 선임은 “(채 전 사장의) 알 박기 인사”라고 판단했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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