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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50년간 포항제철소가 뿜은 쇳물 5억5295만t…“수소로 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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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포항1고로 첫 가동

6월9일 '철의날' 지정

석탄 사용하지 않는 기술

수소환원제철 개발 중

2026년 데모 플랜트 건설

9일 포스코 ‘쇳물 신화’가 시작된 지 50년을 맞았다.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 경북 포항제철소 1고로(高爐·용광로)가 굉음을 울리며 첫 쇳물을 쏟아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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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6월 9일 첫 쇳물을 쏟아내는 포항제철소 1고로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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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태준 포스코그룹 명예회장은 전날 고로에 불을 붙이는 화입식(火入式)에서 “여러분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위업을 이뤄냈고 나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했다. 1973년 첫 출선 때부터 2022년까지 포항제철소의 누적 조강 생산량은 5억5295만t에 달한다. 철강협회는 처음으로 쇳물을 생산한 6월 9일을 '철의 날'로 지정했다.

포스코는 이날 이백희 포항제철소장 주재로 내부 행사를 개최한다. 역대 포항제철소장을 초청해 오전 사내 복합문화공간 파크(Park)1538과 창업기업 육성 공간 체인지업그라운드를 둘러보고, 오후엔 퇴직 직원을 포함, 포항 임직원 3000여명과 홈커밍데이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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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에서 첫 출선을 본 뒤 고 박태준 포스코그룹 명예회장과 임직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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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종합제철소인 포항제철소는 1970년 4월 착공해 1973년 3월 준공했다. 대일청구권 자금 중 1억1948만달러를 투입했다. 박 명예회장은 기술도 자본도 없는 현실에서 대일청구자금을 쓸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선조들 피의 대가인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짓는 제철소요. 실패하면 역사와 국민 앞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입니다. 그때는 우향우하여 영일만에 몸을 던져야 할 것이오.”

포스코는 현재 총 고로 8기를 보유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에 3기, 광양제철소에 5기다. 철강 역사를 새로 쓴 포항제철소 1고로는 2021년 12월 수명을 다하고 48년6개월만에 멈춰섰다. 그동안 1고로가 생산한 쇳물 5520만t은 중형 자동차 552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로 정기 개·보수 때 용량을 넓히는 등 출선량을 늘려놨기 때문에 1고로 종풍(終風, 수명을 다한 고로의 불을 끄는 것)에도 출선량은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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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4월 1일 박정희 전 대통령, 김학렬 전 부총리, 박태준 명예회장이 포항제철소 착공식 행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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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2021년 조강생산량 4533만t, 매출액 76조3323억원, 영업이익 9조238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각각 70조원, 9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포항제철소는 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공장 일대가 침수됐다. 진흙으로 뒤범벅이 된 고로 3기는 첫 쇳물을 쏟아낸 후 49년만에 처음으로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는 공장을 복구하는 데 아무리 짧아도 6개월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135일만인 지난 1월 19일 모든 공장을 정상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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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직격탄을 맞고 흙탕물에 뒤덮인 포항제철소 자재창고를 직원들이 빗자루로 쓸어내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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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의 새로운 50년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스코그룹 창립 55주년을 맞은 지난 4월 “세계 최고 철강기업 넘어 글로벌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100년 기업을 향해 새로운 미래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제철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기본설계 작업 중이고, 2026년 포항제철소 공장 일부를 개조해 실증 규모의 데모 플랜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기술 개발 완성 후 기존 공정을 수소환원제철로 단계적으로 전환, 2050년에는 넷제로 도달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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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4월 3일 그룹 창립 55주년과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을 맞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태준 초대회장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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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포스코 저탄소제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포항제철소에 고로처럼 뜨거운 열을 만들고 철광석을 녹이는 용융(고체가 열에 의해 액체로 변하는 현상)로 설비를 없애고 전기로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수소 환원은 이미 포항제철소에서 15년 이상 가동 중인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에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고로에서는 석탄 연소 가스를 이용해 산화물 철광석에 붙은 산소를 떼어내고(환원) 용융도 했지만 포스코가 개발한 ‘하이렉스(HyREX)’기술을 활용하면 환원은 수소로 하고 용융은 전기로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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