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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선풍기가 돌아왔다…“3인 가족이 4대 써요”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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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에어컨 말고 선풍기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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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시 성동구 이현진씨 집에서 촬영한 선풍기. 15년 된 이 선풍기는 올여름에도 계속 돌아갈 예정이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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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폭염이 일찍 찾아왔다. 지난 5월23일 강원도 강릉 기온이 35.5도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5월 최고 기록을 세웠다. 같은 날엔 열대야 예보도 있었다. 2018년 5월16일(경북 포항)에 이어 두번째로 빠른 열대야 기록이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보면, 올해 서울의 폭염은 5월2일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5월14일보다 12일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기상청은 올해 6~7월 기온이 작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2023년 여름, 우리는 폭염의 문턱에 접어들었다.

전기료 인상 전후 선풍기 판매 200% 폭증


염천을 버티는 강력한 무기는 에어컨이지만 올해는 선풍기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에 사는 3인 가족의 일원인 김민정(25)씨는 올해 선풍기를 하나 더 장만해, 선풍기만 4대다. “선풍기가 에어컨보다 전기요금 걱정을 훨씬 덜 해도 돼서 부모님이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서울시 성동구의 이현진(40)씨 역시 선풍기를 적극 활용해 여름을 난다고 했다. “확실히 활용도는 에어컨보다 선풍기가 훨씬 좋죠.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쓸 수 있으니까요. 에어컨은 한여름에만 작동해요. 여름에도 잘 때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활용하고요.”

지난 20년 동안 에어컨 보급률은 상승한 반면, 선풍기 보급률은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전력거래소의 ‘2019 주택용 가전기기 보급현황 조사’ 자료를 보면, 2000년 에어컨 보급률은 가구당 0.29대였지만, 2019년엔 0.97대로 증가해 에어컨이 보편적인 가정용 냉방기기로 자리잡았다. 반면, 같은 기간 선풍기 보급률은 가구당 1.58대에서 1.53대로 소폭 감소했다. 에어컨 보급률이 증가한 이유는 “전반적으로 높아진 소득 수준과 급격히 덥고 습해진 여름철 기후 변화의 영향과 전력효율이 향상된 (에어컨) 제품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마트의 전년 대비 선풍기 매출도 2020년 11.3%, 2021년 9.9%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기요금 인상이 상황을 반전시키며 선풍기를 부활시켰다. 이마트는 올해 4월부터 지난 5월15일까지 선풍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3%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에어컨 판매량은 7.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 시점(올해 5월16일)을 전후한 시기(5월15~17일, 3일간) 이마트의 선풍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26.5% 폭증했다. 선풍기 제조사도 바빠졌다. 신일전자는 올해 선풍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신일전자 조연서 홍보팀장은 “전기요금과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가성비 좋은 가전제품을 찾기 시작했다”며 “작년 겨울처럼 난방비 폭탄을 걱정해 전력 소모가 적은 여름 가전인 선풍기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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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이현진씨가 서울시 성동구 집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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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날개 수의 비밀


다양한 가전제품을 써보고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 ‘구매리즘’ 운영자에게 선풍기 고르는 방법을 물었다.

“선풍기를 선택할 때 크게 세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비엘디시(BLDC) 모터 여부, 선풍기 날개의 수, 그리고 풍속 단계의 수.”

비엘디시 모터는 기존 교류(AC)·직류(DC) 모터보다 소음이 작고, 발열이 덜하다. ‘저전력 고효율’인 셈이다. 다만, 비엘디시 모터는 별도의 구동회로가 필요한 만큼 기존 선풍기보다 더 비싸다. 그럼에도 선풍기는 자주 바꾸지 않는 가전이기 때문에 비싸도 제값을 한다면 구매할 만하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선풍기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회전날개를 ‘엽’이라고 한다. 날개 수가 많을수록 바람이 잘게 쪼개져 부드럽고 소음이 작으며 날개 수가 적을수록 바람이 세지는 반면 소리가 커진다. “긴 시간 조용히 사용하려면 5엽 선풍기가 좋죠.” 또 요즘엔 바람 세기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선풍기도 인기다. “샤오미에서는 풍속을 100단까지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어요. 아이가 있거나 취침 시에도 사용하는 집이면 초미풍 같은 기능이 큰 도움이 됩니다. 추가로 제품 구성에 리모컨이 포함돼 있으면 확실히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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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 비엘디시(BLDC) 16엽(바깥쪽 9엽, 안쪽 7엽) 선풍기. 신일전자 제공


선풍기는 모터로 날개를 돌려 바람을 만드는 단순한 방식으로 구동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선풍기가 등장하고 있다. 조연서 팀장은 요즘 대세 선풍기의 조건으로 △다양한 바람 △이동의 편리함 △적은 소비전력을 꼽았다. 선풍기 머리와 파이프를 원통 형태로 납작하게 접어 이동과 보관이 편리하게 만든 제품이나 바깥쪽 큰 날개 9엽, 안쪽 작은 날개 7엽 이중구조로 다채로운 바람을 만드는 제품 등이 새롭다. 이중구조 선풍기에선 날개가 동시에 회전하면서 바람을 잘게 잘라내, 풍향 범위가 더 넓고 입체적이며 부드러운 바람을 뿜어낸다고 한다.

영국 가전제품 기업 다이슨에서는 선풍기와 공기청정기를 결합한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를 내놨다. 멀리 있는 오염 물질을 끌어당기고 기기 내부에 설치된 천장 선풍기로 순환 작용을 일으켜 공간을 정화하도록 만들었다.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와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등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무선 선풍기도 대세다. “선풍기도 나름대로 트렌드가 있는데요. 최근에는 무선 선풍기가 인기입니다. 배터리 성능이 발전함에 따라 무선 선풍기도 유선 제품만큼 강력한 바람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거든요. 집 안 어디든지 들고 다니며 사용할 뿐 아니라 캠핑 등 야외활동에도 가져갈 수 있어 간편하죠.”(구매리즘 운영자)

‘냉난방 살림꾼’ 서큘레이터


사용자가 늘고 있는 서큘레이터는 새로운 형태의 선풍기라고 할 수 있다. 서큘레이터는 공기를 빨아들이고 회오리바람처럼 모은 다음 길게 뽑아 멀리 보낸다. 공간 침투 능력이 뛰어나 15m 이상의 고속 직진성 바람을 내보낸다.

“선풍기가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넓게 바람을 보낸다면 서큘레이터는 좁은 바람을 멀리까지 내보내요. 원리는 같지만 서큘레이터의 모터가 더 세서 실내 공기 순환에 유리해요. 서큘레이터는 시원한 공기뿐 아니라 히터로 데운 공기도 확산시켜요. 내부의 공기를 밖으로 빼내거나 외부 공기를 유입시키기도 하고요. 서큘레이터를 제습기·가습기·공기청정기와 함께 사용하면 실내 기운을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구매리즘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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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다이슨 제공


이현진씨도 서큘레이터를 자주 사용한다고 했다. “저는 환기와 실내 건조 등을 위해 1년 내내 서큘레이터를 사용해요. 화장실 바닥이나 빨래를 말릴 때, 식물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선풍기와 비슷하지만 활용도가 더 좋아요.”

서큘레이터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생활가전 기업 쿠쿠에서도 올해 서큘레이터를 출시했다. 바람을 멀리 보내야 하는 서큘레이터는 대체로 3엽 구조이지만 쿠쿠 제품은 7엽짜리다. 허정은 쿠쿠 홍보담당자는 “14인치 7엽 날개 조합으로 공기 순환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저전력·저소음 설계로 경제적인 사용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신일전자에선 “소비전력이 낮아 매일 8시간 사용해도 한달 전기요금이 1800원”(조연서 팀장)이라는 고효율 서큘레이터 에어에스(S)를 최고 인기 상품으로 꼽았다.

전기요금 인상과 경기 불황으로 기본 기능만 있는 저렴한 선풍기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기능과 디자인이 강조된 서큘레이터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구매리즘 운영자는 이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 금속 감성을 담아 인테리어 효과를 높인 ‘스테들러폼 큐(Q)’, 공기 이동 거리 30m가 넘는 ‘보네이도 에어서큘레이터’, 주변 온도를 감지해 풍속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신일전자 에어서큘레이터’ 등을 꼽았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서서히 공기를 냉각시키는 에어컨과 냉기를 고루 전달하는 선풍기·서큘레이터를 함께 틀면 냉방 효과가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적은 에너지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에어컨이 있는 가정에서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는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까? 에어컨과 등을 져도 좋고 마주 봐도 좋다. 선풍기 등을 에어컨을 등지고 작동하면 냉기를 먼 실내까지 전달할 수 있다. 반대로 선풍기 등을 에어컨을 향해 작동하면 냉기가 실내에 골고루 퍼진다. 이때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는 회전시키지 않고 고정해두는 게 좋다. 회전할수록 바람 이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조서형 객원기자

■ 여름나기 팁

올여름 건강하게 나는 방법을 서영균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정리했다.

실내외 온도 차 5도 이내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일종의 증후군이다. 인간의 몸이 온도에 적응하는 과정은 2주 정도 걸리는데 더운 외부와 냉각된 실내를 오가면 몸의 자율신경계에 무리가 생긴다. 냉방병에 걸리면 감기처럼 기침,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 소화불량이 따라온다. 바깥과 실내의 온도 차이를 줄여 치료할 수 있으며 냉방기를 사용할 때 외부와의 온도 차가 5도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풍기 간접풍

한때 밀폐된 방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는 괴담이 있었다. 이는 사실이 아니지만 선풍기 바람을 가까이서 오래 쐬면 건강에 좋지 않다. 특히 자는 동안에 얼굴 쪽으로 선풍기를 켜놓으면 호흡기와 안구 점막이 건조해져 감기에 걸리는 등 건강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선풍기 바람은 직접 쐬는 것보다 공기 순환이 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몸에 바람이 직접 닿지 않고도 방을 시원하게 유지하려면 선풍기를 열린 창문이나 문을 향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방에 갇힌 더운 공기를 바깥으로 빼낼 수 있다. 거실이 방보다 더 시원할 때 선풍기를 방문 밖에서 안으로 향하게 해도 좋다.

가벼운 운동과 미온수 샤워

달궈진 지표면의 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돼 아침 최저기온도 25도를 넘으면 열대야가 된다. 기온이 높으면 수면 중에도 심박수가 증가하고 체온 조절 중추가 흥분돼 각성 상태가 유지된다. 깊이 잠들지 못해 다음날 피로,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등에 시달리게 된다. 이른 저녁에 가벼운 운동을 하고, 가볍게 간식을 먹은 다음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열대야를 이겨내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눈에 자극을 주는 텔레비전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은 피한다. 침실을 어둡게 유지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조서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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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씨가 창가에 서큘레이터를 두고 환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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