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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미술의 세계

“오페라의 유령이야, 벨리곰이야?”...공연장 벽 넘은 이색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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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페라의 유령 캐릭터처럼 꾸며져서 세워진 벨리곰 캐릭터 조각상. [에스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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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산에서 공연중인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서울에서 보려면 다음달 21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공연이 열릴 잠실 인근에 방문하면 벌써부터 공연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식 캐릭터 ‘오유령’과 롯데그룹의 캐릭터인 ‘벨리곰’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고,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추첨으로 티켓을 선물하는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최근 이처럼 공간을 활용하거나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마케팅이 공연 업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고 수많은 작품들이 무대에 올라오고 있는 만큼 뛰어난 연기와 가창, 잘 꾸며진 무대는 기본이고 독특한 마케팅까지 펼쳐야 깐깐한 관객들의 눈과 지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즘이다. 영화 등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뮤지컬, 연극 분야에서 보다 넓은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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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몽드샬롯의 코스요리. [롯데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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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앞뒤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식음료 마케팅은 공연과의 연계성이 훌륭한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샤롯데씨어터에 위치한 레스토랑 몽드샬롯은 뮤지컬 공연을 주제로한 스토리텔링 코스를 제공해 관객들을 이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코스로 주말 평균 점유율 90%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었고 ‘오페라의 유령’도 최근 관련 코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9개 요리가 나오는 스위니토드 코스의 경우 19세기 런던이라는 배경을 활용해 당시 런던 서민들이 먹던 백색고기(치즈), 극중 중요하게 등장하는 고기파이와 디저트 등을 재현해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서빙하는 직원들의 복장을 뮤지컬 배우들처럼 꾸몄을 뿐만 아니라, 음식의 흐름에 맞춰 공연의 주요 장면과 연계해 스토리텔러가 설명도 곁들인다.

샤롯데씨어터 관계자는 “과거 영화 등 테마 코스를 만든 경험이 있는 중식당 몽중식을 파트너사로 삼아서 함께 만든 코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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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 테마로 꾸며진 압구정 핫플레이스 카페 도산맘마.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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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뮤지컬 ‘맘마미아’는 이름이 같은 압구정 도산공원 카페와 함께 팝업스토어를 만들었다. 신시컴퍼니 측은 “핫플레이스를 찾아오는 젊은 방문객들에게 뮤지컬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공연을 본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경험의 장소를 만들자는 의도”라고 밝혔다.

40대 이상의 관객이 주류를 이루는 공연이지만 보다 젊은 층까지 아우르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단순히 카페에 포스터를 붙이는 정도가 아니라 카페 전체를 맘마미아 뮤지컬 세트처럼 꾸몄고, 그리스 배경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내용과 연계해 그릭 요거트, 블루 에이드 등 관련 메뉴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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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와 복합문화공간 아크앤북 컬래버레이션 체험존.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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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식음료 외에도 분위기만 잘 맞는다면 어디든 마케팅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올해 초 공연을 했던 뮤지컬 ‘캣츠’는 T.S 엘리엇의 시가 원작인 만큼 복합문화공간 아크앤북과 협업해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이태원에 위치한 아크앤북 몬드리안점에서는 대표 캐릭터인 텀 터거와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를 재해석한 미술 작품을 전시했고, 잠실점에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젤리클 고양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색 포토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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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테마로 꾸며진 채 해운대 바다를 달리는 유령 열차가 된 블루라인파크 해변 열차.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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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한국어 초연을 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국내 최대 전망대 부산 엑스 더 스카이, 복합문화공간 피아크 등 부산의 관광 명소를 뮤지컬 테마로 꾸몄다. 지난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운영된 해변열차의 경우 내외부를 심볼인 장미와 마스크, 배우들로 장식해 호평을 들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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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시그니처 향기 ‘136’을 담은 굿즈들. [LG아트센터]


심지어 뮤지컬이나 연극이 아닌 공연장 자체에 대한 마케팅도 이뤄진다. 지난해 말 개관한 LG아트센터 서울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눈으로 보이는 건축물 외에도 공간 전반을 감싸고 있는 시그니처 향기 ‘136’이 인기를 끌면서 디퓨저, 룸스프레이, 종이방향제 등 굿즈로도 출시가 됐다.

LG아트센터와 LG생활건강 향기 연구소인 센베리 퍼퓸 하우스와 공동 개발한 향기로 공간 자체의 기억을 방문 관객들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추후 LG아트센터는 굿즈의 종류를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범 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공연 업계의 다양한 마케팅 방식을 두고 “비단 MZ세대뿐만이 아니라 요즘의 관객들은 경험 차원에서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것을 즐긴다. 콘텐츠를 관람하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추가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까지가 콘텐츠 소비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역시 “티켓 판매를 넘어 부가가치 극대화를 하고, 문화산업적으로 추가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뮤지컬 공연장들이 주부들을 잡기 위해 공연을 오후 2시에 하고 입구는 큰 길이어도 출구는 식품매장으로 연결된 곳도 있다. 한국에서도 공연 시장이 확대되며 이뤄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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