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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셋째 낳으면 특진” “두 자녀는 전철 무료” 파격 인센티브 [심층기획-출산 장려 팔걷은 기업·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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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글로벌 회장 “저출산 심각

기업이 나서 사회 문제 해결해야”

10년 내에 사내 출산율 2명 목표

넷째부턴 1년간 육아도우미 제공

SK E&S, 자녀수 제한없이 학자금

포스코, 둘째부터 500만원 축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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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인구가 41개월째 감소한 가운데 기업들이 저출산 위기를 넘기 위해 출산장려책은 물론 육아 관련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건설사업관리(PM) 기업 한미글로벌은 구성원의 출산 장려를 위해 승진 연한·고과 등 조건 없이 셋째를 출산하면 차상위 직급으로 승진시키는 등 복지제도를 확대·개편했다고 8일 밝혔다. 넷째부턴 출산 후 1년간 육아 도우미를 지원하고, 출산한 구성원에겐 자녀 수와 상관 없이 90일의 법정 출산휴가 외에 30일의 특별 출산휴가를 유급으로 추가 부여하는 등 파격적인 수준이다. 육아휴직 3개월간 월 급여도 보전해 준다. 미혼모, 비혼 출산은 물론 입양가정에도 지원 사항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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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회장, “저출산은 우리 문제”

한미글로벌은 두 자녀 이상을 출산한 구성원에겐 최장 2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연수로 인정해 휴직 중에도 진급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신입사원 공개채용 시 자녀가 있는 지원자에겐 서류전형에서 가점을 주고, 결혼을 앞둔 구성원은 주택구입 지원 대출을 통해 최대 1억원의 사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5000만원은 무이자, 나머지 5000만원은 2% 금리다. 박정욱 한미글로벌 인사팀장은 “향후 10년 내 사내 출산율 2명을 목표로 다양한 제도를 보완해 출산 장려와 가족친화 경영의 모범이 되겠다”고 했다.

파격적인 출산 인센티브의 배경엔 “저출산 해결에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김종훈(사진)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평소 “아이를 적게 낳으면 일할 인재가 줄고 미래에 한국인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며 “남 일이 아니라 우리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미글로벌은 자녀 수에 따라 첫째 출산 시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부터 100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 지난해엔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책 민간 연구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을 설립했는데,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초대 이사장을, 이인실 전 통계청장이 초대 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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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육아의 조화를 위한 유연 근무제도 도입했다.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구성원은 2년 동안(두 자녀 이상 최대 3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미혼 직원들은 주택자금대출 지원 제도, 아이 있는 직원은 재택근무제도가 호응이 좋다”며 “두 자녀 직원 중 일부는 바로 셋째를 갖겠다는 반응도 있다”고 했다.

한미글로벌은 2003년부터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GWP)’와 ‘한국 최고의 직장 톱10’에 연속 선정됐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도 수상했다. 한미글로벌은 더 나아가 직장주택조합, 다자녀 우대 대출 등 추가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

‘세 자녀 시 특진’ 조항에 “이런 기업에 세금도 깎아주고 혜택도 줘야 한다”는 등 열광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여성만 고생길”, “둘도 힘든데 셋 낳고 회사 다니라는 건 과하다”, “그렇게 승진하면 뻘쭘할 것 같다”는 등 듣도 보도 못한 인센티브에 갖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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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진 아니지만…다양한 출산장려책

다른 기업들까지 출산장려책 확대에 나선 건 수백조원의 정부 재정 지출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산율이 급격한 추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육아휴직 후에 복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멘토링을 실시하고, 재택근무 등을 지원하는 리보딩(Re-boarding) 프로그램을 지난해 도입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육아휴직을 최대 2년까지 보장하고 있다. 매년 500~600여명의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년의 육아휴직 중 1년만 사용하고 복직한 경우 남은 1년을 근무시간 단축제도로 활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임신 축하·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SK E&S는 자녀 학자금을 자녀 수 제한 없이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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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복지 강화하는 기업들 한미글로벌이 8일 출산 장려를 위해 셋째를 출산하면 차상위 직급으로 승진시키는 등 복지제도를 확대 개편한다고 밝힌 가운데 현대해상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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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첫째 아이의 경우 200만원, 둘째 이상은 500만원을 출산축하금으로 지급한다. 첫 쌍둥이를 출산하면 200만원과 500만원을, 두 번째 쌍둥이라면 500만원과 500만원을 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예비맘 구성원에게 단축 근무를 허용하고, 임신기간 중 출·퇴근 시간을 변경해 자유롭게 근로 시작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특별 제작된 임산부 전용 사무실 의자와 다리 붓기 방지용 발 받침대, 전자파 차단 담요, 등받이 등 예비맘 배려 물품을 갖췄다.

카카오는 제주 본사와 판교 오피스 인근 3곳 등 직장 어린이집 4곳을 운영하고, 한샘과 롯데칠성음료는 임신한 여성직원에 임금 차감 없는 하루 2시간 단축근무 제도를 시행한다. 매일유업은 난임 시술비를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하고, 첫째와 둘째 자녀 출산 시 각각 330만원, 셋째 아이는 530만원을 지급한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와 롯데그룹, 하나금융그룹은 이날 전남 여수의 육아지원시설을 방문해 27억원 규모의 아동 돌봄 인프라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15억원을 들여 지역 아동 놀이 인프라를 구축하고, 올해 여수를 포함한 전국 2곳에 공공형 실내놀이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은 12억원을 들여 유아 대상 ESG금융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보육 기관에 스마트 교육기자재도 지원한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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