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살까, 팔까, 보유할까”…에코프로비엠 두고 증권가도 갈팡질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말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했던 직장인 정 모(28) 씨는 차익 실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보고서를 참고하려다가 오히려 더 혼란에 빠졌다. 에코프로비엠 한 종목을 두고 증권사마다 목표주가는 물론, 투자의견까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정 씨는 “목표주가가 제각각인 경우는 많았지만, 같은 날 나온 리포트들이 투자의견까지 모두 달라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최근 조정을 겪다 다시 급등하는 2차전지 기업 에코프로비엠을 두고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시각이 대립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자 종목 보고서를 참고하는 투자자들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미래에셋증권과 DB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종목 보고서를 발간했다. 세 증권사는 각각 매수, 중립, 매도를 투자의견으로 내며 의견을 달리했다. 목표주가 역시 30만원에서 20만원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목표가로 20만원을 제시했다. 8일 기준 에코프로비엠 종가는 전날26만5000원으로 이미 목표가를 뛰어넘었다. 지난 7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17%, 5% 가까이 상승했다. 한 연구원은 “성장 전망은 유효하지만,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중국, 유럽, 일본 업체 대비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가장 높은 목표가를 낸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하이니켈 양극재 수급이 여전히 타이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요 고객사들의 배터리 셀 신규 수주에 따른 양극재 중장기 공급계약 등 단기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이 남아있어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 가치) 확장 구간이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가 상향 근거를 댔다.

증권가 투자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성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 연구원마다 실적 전망치와 멀티플을 다르게 부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의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2025년 기준 주당 순이익(EPS) 전망치는 30% 가까이 차이 난다. 멀티플(PER) 역시 34배를 준 DB금융투자와 달리, 유진투자증권은 28배만 적용했다.

증권사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는 배경으로 지난 4월 나온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한 투자의견은 매수 일색이었다. 이후 부담이 줄어든 탓인지 상대적으로 다양한 투자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에코프로는 조정 한번 없이 700%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파죽지세였던 에코프로 주가도 매도 보고서가 나온 12일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발간 전날 82만원으로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던 에코프로는 12일 하루에만 17% 가까이 하락했다. 이후 60만원 선까지 후퇴했던 에코프로는 4월 말 다시 한번 전고점 돌파를 시도했지만, 끝내 80만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 뒤로 주가는 꾸준히 흘러내리며 장중 50만원 선까지 무너졌지만, 8일 종가 기준 65만8000원을 기록하며 부활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해당 리포트를 기점으로 여러 의견이 담긴 리포트가 나온 것이 사실이고,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출렁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어떤 리포트가 맞다 틀렸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에코프로 매도 의견을 내며 주목받았던 김현수 연구원은 여전히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도 에코프로 매도 의견을 내고 목표가를 45만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선 매수 의견을 내고 목표가를 28만5000원으로 올려잡았다.

김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침투 가능한 시장과 현재의 증설 계획을 감안해 목표가를 냈다”며 “연간 양극재 매출은 2023년 10조6000억원, 2025년 16조4000억원, 2020년대 후반 28조7000억원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