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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30년 종신집권 문 연 튀르키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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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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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70·사진)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1차 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여론이 부정적이었지만 결국 결선 투표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습니다. 그로서는 2003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후 5번째 집권이자, 현재 튀르키예 헌법으로 사실상 30년 종신집권의 길을 연 것이기도 합니다.

튀르키예는 역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의 정국에서 러시아의 주요 무역 통로인 흑해를 끼고 있어 지정학적 가치가 높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는 튀르키예의 협조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튀르키예의 관계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에르도안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립을 선포하고 최근까지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미국이 원하는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튀르키예만 동의하지 않는 것도 포함됩니다. 신임국의 나토 가입은 기존 회원국들의 만장일치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서인가 미국도 튀르키예가 미국 전투기 F-16을 구매하려는데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은 대선 전 자국에서도 비판과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러-우 전쟁으로 전 세계가 앞다퉈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튀르키예만 저금리 정책을 고집했습니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 화폐 리라화의 가치는 10년 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공식 물가는 65% 이상 폭등했습니다. 여기에다 올해 2월 튀르키예 남동부를 덮친 대지진 당시 무능한 행정체계와 늦장 대응으로 성난 민심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기존에 걷었던 지진세의 불명확한 사용도 에르도안 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혔고요. 게다가 그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습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 악재를 누르고 그는 다시 당선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에르도안이 가지고 있는 40%에 가까운 확고한 이슬람 지지층을 가장 큰 이유로 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정용 천연가스 무상 공급이나 공공근로자 임금 인상과 같은 강력한 포퓰리즘 정책을 들기도 합니다. 미국의 지나친 선거 개입에 대한 국민의 반발 정서를 에르도안 측이 선거에 잘 이용했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선 이후 최근 공개된 새 내각 인선을 보면 다소 변화가 생긴 것 같기는 합니다. 경제 각료의 경우 국제사회의 신뢰가 높은 ‘경제통’을 배치했습니다. 이는 과거처럼 물가 상승 국면에서 거꾸로 금리를 내리는 ‘비상식적’인 경제 정책은 폐기하겠다는 신호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의 당선을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껄끄러운 속내와는 별개로 튀르키예의 사정이 좀 나아질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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