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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소비자의 비효율적 선택 부르는 ‘정보의 비대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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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때 가지고 있는 정보의 차이 존재

중고차 거래 시 정보가 부족하면 오히려 양질의 제품이 외면당해

역선택으로 시장의 황폐화 발생

동아일보

식당을 처음 찾은 손님은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잘 모르지만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나 식당 주인은 이를 알고 있다. 이같이 거래 당사자들이 가진 정보가 서로 차이 나는 경우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한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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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처음 가게 된 낯선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보면 마냥 기다리는 식당 사장님에게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주문을 서두를 요량으로 “뭐가 제일 맛있어요?”라고 질문하지만 사장님의 어색한 미소와 함께 “다 맛있어요”라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을 듣게 됩니다. 결국 메뉴판 제일 위에 나와 있는 것으로 주문하지만 속시원하게 답을 안 해 주는 사장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뒤이어 들어온 손님들이 다른 음식을 주문하고 그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면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진 본인 탓은 잠시고 퉁명스럽게 답한 사장님에 대한 야속함만 더해갑니다.

● 음식점-중고차,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거래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에서 쌍방이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위에서 식당 음식에 대해 손님이 가진 정보는 얼마 없는 데 비해 사장님이 가진 정보는 손님보다 많은 경우가 그 예에 해당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게 되면 거래 주체들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거래할 때에 비해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주문을 하고 후회하고 있는 손님처럼 말입니다.

동아일보

중고차 시장에서는 판매자가 차의 상태, 침수 여부, 사고 이력 등을 자세히 알고 있는 반면에 사려는 사람, 즉 구매자는 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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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비대칭성을 경제 수업 시간에 설명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예는 중고차 거래입니다. 중고차에 대한 세세한 특징은 그 차를 운행했던 판매자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짧은 출퇴근 운행이나 여행과 같은 장거리 운행, 눈이 올 때나 비가 올 때 등등 갖가지 다양한 주행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잠깐의 시운전과 엔진 공회전 소리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장점과 단점을 알고 있을 겁니다.

만약 그 자동차가 평균적인 성능보다 월등하게 우수하다면 판매자는 평균 거래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기를 원할 겁니다. 반면 이를 잘 알 길이 없는 구매자는 판매자가 제시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 결정을 머뭇거릴지 모릅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조금씩 양보해 중간 정도의 가격에서 매매가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판매자는 제값을 다 못 받았다는 아쉬움이 남고, 구매자로서는 실생활 주행을 통해 그 품질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불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쉬움과 불안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서는 양질의 중고차가 거래되기보다는 평균 정도 수준의 그저 그런 중고차 거래가 활발하게 됩니다.

●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일어날 수도

이처럼 양질의 제품이 사라지고 이보다 품질이 낮은 제품들로 채워지는 시장을 ‘레몬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거래된 중고차를 겉은 예쁘지만 속은 아주 신 레몬에 빗댄 표현입니다.

레몬 시장으로 변질된 중고차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시장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됩니다. 첫째로 ‘역선택’, 쉽게 말하자면 ‘거꾸로 된 선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선호하게 되는데 ‘레몬 시장’에서는 양질의 제품이 오히려 외면당합니다.

품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양질을 표방한 고가의 제품보다는 평균적 수준의 저가 제품을 선택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나지만 레몬 시장으로 변질된 중고차 시장에서는 자동차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혹시 침수 차량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도리어 수요자가 줄어들게 됩니다.

둘째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거래에 필요한 정보가 많은 당사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여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도덕적 해이’라고 합니다. 중고차의 장점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면서 단점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쓱 아주 가볍게 지나가는 것입니다. 설명을 하긴 했으니 ‘불법적’인 행위는 아니나, 최선을 다해서 설명해주는 것이 바람직한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되면 시장은 황폐화될 수 있습니다. 자원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되지도 않을뿐더러 경제 활동에 대한 대가의 지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 허위 과장 광고, 정부가 규제해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첫째, 정부의 규제입니다. 허위 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제품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고,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 반복적인 거래의 활성화입니다. 거래가 반복되다 보면 정보가 공유돼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될 수 있고, 평판과 신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므로 도덕적 해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셋째, 브랜드화 전략입니다. 생산 판매의 표준화와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획득한 프랜차이즈, 체인점 등이 신규 사업장을 빠른 속도로 확장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넷째, 적극적으로 보조 정보를 제공하는 것(신호 보내기)입니다. 중고차의 모든 수리 이력을 제공하는 것, 파격적인 무상 수리 보증 기간을 제시하는 것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는 품질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비치기 때문에 소비자의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제 처음의 그 식당으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손님 입장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둘째 방안이 눈에 들어옵니다. ‘늘 먹던 거 주세요’ ‘오늘 재료 신선한 건 뭐죠?’라며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단골 식당을 만드는 것이군요. 왜 단골 식당에서 항상 만족스러운지 그 이유를 알 듯합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마지막 방안이 가능하겠네요. 메뉴판에 ‘시그니처 메뉴’ ‘주방장 추천’ ‘최고 매출’ ‘신메뉴’ 등의 표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네요.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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