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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마스턴운용, 빌딩 재개발 과정 ‘수십억 통행세’ 챙긴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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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채납 땅, 우호법인이 90억에 사

6개월뒤 마스턴운용에 110억 매각

회사측 “대표 등 이익 취한적 없어”

금감원, 16일부터 대대적 검사 착수

동아일보

마스턴투자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2위 부동산투자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이 지난달 매각한 서울 중구 서소문로 동화빌딩의 재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우호 법인을 통한 편법 거래로 수십억 원의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은 2016년 ‘마스턴제16호’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를 통해 매입한 동화빌딩의 재개발 인허가를 위한 기부채납 용도로 서울 중구 서소문동 116번지 283.1㎡ 규모의 부지를 2020년 5월 110억 원에 매입했다.

해당 토지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땅은 앞서 200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 씨가 보유한 비엘에셋이 매입했다가 2015년 5월 SK디앤디를 거쳐 2019년 11월 에이치원컨설팅에 90억 원에 팔렸다.

에이치원컨설팅은 2017년 5월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건설 시행 경험이 전혀 없는 회사였다. 게다가 에이치원컨설팅의 토지 매입 대금은 마스턴투자운용에서 나왔다. 당시 에이치원컨설팅은 마스턴투자운용의 예금을 담보로 80억 원을 우리은행에서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원컨설팅은 2020년 5월 마스턴제16호에 토지를 매각한 뒤 그해 8월 케이씨인베스트에 인수됐다.

케이씨인베스트는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의 부인 구모 씨와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는 마스턴(옛 케이지파트너스)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이기도 하다. 케이씨인베스트는 올해 4월 마스턴에 흡수 합병됐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마스턴투자운용이 동화빌딩 재개발 인허가를 위해 기부채납용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에이치원컨설팅을 통한 편법 거래에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얻은 차익 등이 결국 김 대표 부인인 구 씨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마스턴투자운용은 “당시 SK디앤디가 부지 매각 협상에 비협조적으로 나와 우호 법인을 통해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에이치원컨설팅 인수 전에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차익은 당시 주주가 봤고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직접적으로 이익을 취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부당한 ‘통행세’가 발생해 누군가에게 귀속됐다면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마스턴은 지난해 말 기준 마스턴투자운용 지분 8.55%를 가진 주요 주주다. 동화빌딩 매각 전 마스턴제16호 지분 5.46%를 쥐고 있던 마스턴은 최근 동화빌딩을 JB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약 6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마스턴투자운용 최대주주인 김 대표가 가족회사를 동원해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서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 등을 살펴보기 위해 16일부터 대대적인 검사를 벌이기로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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