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중국의 달탐사선 ‘눈과 팔’ 만든 주역… “누리호 성공한 한국과 협력 기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홍콩이공대 심우주탐사연구센터

카이릉 융 교수 “전세계 협력” 강조

동아일보

6일 카이릉 융 홍콩이공대(PolyU) 석좌교수가 취재진과 만나 그가 소장을 맡고 있는 심우주탐사연구센터(RCDS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콩이공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우주 강국으로 도약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 신화 속 달의 여신 상아의 이름을 딴 달 탐사선 ‘창어 4호’는 2019년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발사된 창어 5호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달 표본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무인 화성 착륙선인 ‘톈원 1호’도 무사히 발사하며 세 번째로 화성에 우주선을 보낸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성과는 중국의 국가 우주 계획을 책임지는 국가항천국(CNSA)의 주도로 중국과 홍콩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의 공조가 체계적으로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고 중심에는 홍콩 연구자들의 활약이 있었다.

● 달·화성 탐사에서 조력자 이상의 역할

홍콩 우주 연구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6일(현지 시간) 방문한 홍콩이공대(PolyU) 산하 심우주탐사연구센터(RCDSE)는 중국 우주탐사 프로젝트에 대한 홍콩 연구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센터 한쪽에는 중국 우주탐사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우주선과 장비가 전시돼 있었다. 창어 4호나 톈원 1호의 정교한 모형도 볼 수 있었다. 연구를 위해 실물 크기에 가깝게 구현된 창어 5호 모형은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다. 성인 남성 키의 2배는 가뿐히 넘는 모형에는 달 앞면 ‘폭풍의 바다’로 불리는 지역에서 1.7kg의 토양 샘플을 채취한 ‘로봇 팔’도 구현돼 있었다.

창어 4, 5호 및 톈원 1호에 장착된 핵심 장비들을 다수 개발한 카이릉 융 홍콩이공대 석좌교수는 이날 각국 취재진과 만나 “중국과 홍콩의 연구자들은 모두 CNSA가 이끄는 국가 우주탐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며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연구자들과의 상호 협력을 통해 더 탁월한 연구개발 성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융 교수팀의 ‘대표작’은 창어 4호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포인팅시스템(CPS)이다. 이 장비는 착륙선이 움직이기 위해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고밀도 방사선과 극저온 환경에서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다. 제작 과정에서 특수한 표면 마감 처리와 방사선을 반사하는 보호막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혹독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부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품과 부품을 잇는 연결쇠의 수를 최소화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창어 4호만을 위한 부품을 따로 제작했을 정도다.

1976년 옛 소련의 루나 24호 이후 46년 만에 달의 표토를 채취한 창어 5호의 표면 토양 채취 및 포장시스템(SSPS)도 융 교수팀이 개발했다. 이 장비는 특별 제작된 근거리 카메라를 통해 표토를 채취하기 적합한 지대를 판단한다. 고강도 소재로 만들어진 로봇 팔로 수집한 표토를 침전시키고 밀봉하는 정밀한 작업을 수행한다. SSPS가 직접 담은 달 표면 샘플은 약 20억 년 전에 달에서 화산 활동이 일어난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톈원 1호 프로젝트에선 화성탐사로버 ‘주룽’의 착륙을 감시하기 위한 카메라를 만들었다. 주룽은 태양계 안 가장 거대한 평원인 화성의 ‘유토피아’ 지역을 탐사하는 로봇이다. 융 교수팀의 카메라는 주룽이 무사히 임무에 돌입하기 전 마지막 관문인 착륙지대 선정과 로버 장비의 전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중책을 수행했다.

● 연구시설 업그레이드로 먼 우주 겨냥

융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는 심우주탐사연구센터는 최근 대대적인 시설 확장을 마무리했다. 표토 저장과 분석을 위한 1000개의 무균 시설을 새롭게 구축했고 행성을 원격으로 감지하는 설비와 신규 장비를 검증하기 위한 첨단 시뮬레이션 실험 장비도 도입했다.

11월 홍콩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 ‘홍콩수상자포럼(HKLF)’에서 각국 연구자들과 만나는 융 교수는 각국 연구자들과의 협업의 길이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주항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한국에도 관심을 표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다양한 국가의 우수한 연구자들과 협력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며 “한국의 경우 지난달 자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3차 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항공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고 말했다.

홍콩=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