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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럼프 출연 시킨 죄... 생방송 밀어붙인 CNN CEO 결국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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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일(현지 시각) 경질된 크리스 릭트 미국 CNN 최고경영자(CEO)/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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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타운홀 행사’를 독점 중계해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은 CNN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릭트가 7일(현지 시각) 경질됐다. ‘진보 진영의 스피커’를 자처했던 CNN이 정파성 논란으로 시청률이 급락하자, ‘우클릭’ 행보를 보이다 역풍을 맞고 CEO 경질로 수습하려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CNN 모회사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성명을 통해 “크리스 릭트가 CNN을 떠난다”고 밝혔다. 뉴스 프로듀서 출신으로 지난해 4월 CNN CEO에 오른 릭트는 1년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릭트 해임의 결정적 계기로는 지난달 10일 CNN이 단독으로 생중계한 트럼프의 타운홀 행사가 꼽힌다. 당시 트럼프와 CNN 진행자가 좌담하는 방식으로 행사가 중계됐는데, 이 자리에서 트럼프가 “2020년 대선은 부정선거”라고 또다시 주장했고, 2021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항의하며 워싱턴DC 의사당에 난입한 ‘1·6 의회 난동 사태’를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이 방송은 300만명 이상이 시청해 전날 같은 시간대 시청자의 4배가 넘었다. 이런 점에선 성과를 냈지만 진보 진영에서 “왜 CNN이 트럼프에게 자기 주장을 펼칠 판을 깔아주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 이후 CNN의 전통적 시청자층으로 꼽히는 진보 성향 이탈이 심화되면서 5월 황금시간대(오후 8~11시) 시청자 수는 약 49만4000명으로, 4월보다 16% 감소했다. MSNBC 등 라이벌 방송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 생중계를 결정한 릭트가 ”트럼프의 발언을 끌어내고 책임을 묻는 것도 우리 일”이라며 항변했지만 논란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간판 앵커들의 정치적 발언 등으로 트럼프 임기 당시 백악관과 날카롭게 대립했던 CNN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시청률이 큰 폭으로 하락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4월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에선 정치색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탈(脫)정치 선언을 했고, 5월 트럼프를 단독으로 중계하는 이례적인 시도도 했지만 위기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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