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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캐나다 최악 산불에… 뉴욕 삼킨 잿빛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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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면적 40% 규모 불타… 기후변화의 현주소

加 410여건 산불 현재진행중

美 동부 1억명에 대기질 경보

뉴욕주 ‘건강비상사태’ 규정

캐나다 겨울 강수량 적고 봄 건조 지속

숲을 더 빨리 뜨겁게 크게 타게 만들어

번개도 많이 발생 시켜 산불 야기 많아

온난화에 제트기류 약화로 대기 정체

대기질 악화 상황 장기화 가능성 고조

뉴욕 항공기 이륙 지연·야구경기 취소

인간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재앙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캐나다 산불이 강수량 부족과 이상 고온으로 바짝 마른 나무 등을 태우며 역대급으로 번지면서 내뿜은 연기가 주변은 물론 미국의 대도시를 위협하는 것도 기후변화가 낳은 불상사다.

로이터통신, CBS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5월 시작된 산불은 7일(현지시간) 현재 동부 지역인 노바스코샤, 퀘벡 및 온타리오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캐나다 산불은 매년 5∼9월 사이 번개 등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올해 산불 피해는 최근 20년 만에 가장 크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세계일보

숨 막히는 ‘자유의 여신상’ 미국 뉴욕 허드슨강쪽에서 바라본 자유의 여신상이 7일(현지시간) 캐나다 전역에서 확산 중인 산불 연기에 뒤덮여 희미하게 보인다. 그 아래를 운항하는 여객선들도 시야 확보에 한계가 있어 멀찍이 떨어져 다니는 모습이다. 뉴욕=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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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는 올해 들어 약 229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날 현재 410여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고, 그중 230여건은 자연 강우 등이 없이는 진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캐나다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올해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13배나 더 심각하다고 CBS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주말까지 캐나다에서 12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번 산불이 전국에 걸쳐 발생한 최악의 산불 시즌”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재 산불로 한국 면적(약 10만㎢)의 40%에 해당하는 약 380만헥타르(3만8000㎢)가 캐나다에서 잿더미가 됐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 기둥은 캐나다와 가까운 미국 동부를 덮쳐 미국 인구 3분의 1에 달하는 1억명에게 대기질 경보가 발령됐다.

뉴욕의 이날 대기질지수(AQI)가 ‘위험’ 수준에 해당하는 400을 넘기며 미 환경보호청(EPA)이 1999년에 대기질 측정치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뉴욕시 보건국장은 뉴욕의 대기질이 1960년대 이후 최악의 수치라고 밝혔다. EPA는 AQI가 151 이상일 때 모든 사람의 건강에 안 좋은 수준으로 보고 경보를 발령하는데, AQI가 300 이상이면 천식·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나 임산부, 고령 노인 등은 건강에 치명적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날 대기질 악화 상황을 ‘긴급 위기’, ‘건강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역대급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장기간의 가뭄, 변화하는 강우 패턴 등이 통제 불능의 산불을 불렀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지난겨울 강수량이 적었고 봄에도 건조한 기후가 이어졌다. 캐나다 동부 지역에서 산불이 확산하고 있는 노바스코샤주의 경우 3∼5월 사이 강수량이 평년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5월 말엔 폭염이 찾아와 지난해보다 10도가 높은 33도 기온을 기록했다. 통상 산불의 직접적 원인의 절반 정도는 사람의 실화 등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건조하고 더운 날씨는 또한 번개를 더 많이 발생시켜 산불로 이어진다고도 CBS는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환경 및 지속가능성연구소의 다니엘 스웨인 연구원은 USA투데이에 “캐나다 중서부 대부분 지역에서 기록적으로 덥고 건조했으며, 최근에는 캐나다 동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뉴욕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척 슈머 미 상원 원내대표도 “이번 캐나다 산불은 정말 전례가 없는 일이며 기후변화가 이러한 재난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높은 기온과 극심한 가뭄은 숲이 더 빨리 타고, 더 뜨겁게 타며, 더 크게 타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세계일보

천지 뒤덮은 불기둥 거대한 불기둥이 5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북부 치부가마우의 원주민 마을 인근 산맥을 통째로 집어 삼키고 있다. 퀘백은 7일 현재 캐나다 전역 400곳 이상으로 번진 산불이 지난달 처음 시작된 곳으로 피해 규모도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퀘벡 약 150곳에서 진화가 어려울 정도의 강한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퀘벡=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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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기후변화가 야기한 열돔(heat dome)이 산불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산불은 고온의 공기 덩어리가 고압의 대기층 아래 갇혀 열기를 뚜껑처럼 가두는 현상을 뜻하는 열돔 아래에서 처음 발생했다. 열돔의 고기압은 제트기류와 강우를 우회시켰고, 햇볕이 내리쬐도록 하는 동시에 뜨겁고 무거운 공기를 끌어들였다. 결과적으로 일대가 건조해지면서 열돔은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는 원인이 됐다.

캐나다 산불이 현재 초기 단계로 향후 피해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BC방송은 뉴욕을 포함 미국 동부지역의 연기 기둥이 짙게 형성된 것과 관련해 지구온난화가 제트 기류를 약하게 만들어 공기가 더 오랫동안 정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영리 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은 미국 241개 도시 가운데 83%가 1973년 이후 대기 정체 일수가 증가했다고도 덧붙였다. 캐나다 산불의 영향에 따른 미국의 대기질 악화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 고온 현상은 중미나 아시아 등지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카리브해 미국령 섬인 푸에르토리코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 기온은 6일 35도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에는 체감 온도가 45도에 달했다.

동남아 지역도 200년 만의 폭염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남아에서는 4월과 5월이 연중 가장 더운 달이고 이후 우기가 이 더위를 식혀주는데 올해는 이 기간 태국과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최고 기온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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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겪는 베트남.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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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의 폭염이 인간이 야기한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200년에 한 번 있을 일이라고 짚었다.

스페인도 이상 고온에 신음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인 환경부와 기상청은 올해 봄이 기록이 시작된 1961년 이후 가장 더웠으며 여름에도 평균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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