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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다올투자증권 집중 매수 슈퍼개미는 왜 ‘투신’으로 둔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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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다올투자증권 사옥 전경 /다올투자증권


소시에테 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후 교사 출신 ‘슈퍼 개미’ 김기수씨와 친인척 등 김씨 측 특별관계자들은 다올투자증권의 주식을 다량 매입했다. 김씨 측의 보유량은 다올투자증권의 발행 주식수의 14%를 넘어, 2대 주주 급이 된 800여만주.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식거래시스템(HTS)상 ‘개인’으로 표기돼야 할 김씨 측의 주식 취득 주체 현황이 ‘투자신탁사(투신)’로 표기되는 이른바 ‘시장교란행위’가 있었다는 뒷말이 나왔다. ‘투신’의 대규모 매수는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매수세를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이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은 김씨와 친인척 최모씨, 김씨가 보유한 순수에셋 등 ‘김씨 측 특별관계자’들이 다올투자증권 발행주식의 14.34%인 873만6629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김씨 측은 SG증권발 차액결제거래(CFD) 대량 매물의 여파로 다올투자증권의 주가가 추락한 지난 4월24일 직후 다올투자증권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폭락 전 5880원이던 다올투자증권의 주가는 김씨 측이 매수를 시작하기 직전인 4월27일 기준 총 48.6%가 빠지며 3020원을 기록했다. 김씨 측이 집중 매입을 시작하자 주가는 크게 올랐고, 김씨 측이 매입을 종료한 지난달 22일 종가는 폭락 후 총 37%가 오른 4140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김씨와 최씨의 구매 수량은 ‘개인’으로 표기돼야 하는데, HTS상 기관의 한 종류인 ‘투신’으로 표기됐기 때문이었다. 조선닷컴 취재 결과, 지난달 2일~22일 사이 주식시장 개장일 15일 가운데 7일 동안 김씨 측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다올투자증권 주식 매수 수량과 HTS상 ‘투신’의 다올투자증권 매수 수량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매매 주체 정보는 이른바 개미가 주식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정보 가운데 하나다. ‘큰 손’인 기관이나 외국인이 움직이면 이를 따라가는 개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식 매매 주체는 크게 개인과 외국인, 기관으로 나뉘고, 기관은 금융투자, 투신, 은행, 보험, 연기금 등으로 나뉘어 HTS상 표기된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 “개인이 구매하며 기관인 척하는 게 시장교란행위 아니겠느냐”는 뒷말이 나온 것이었다. 자본시장법상 매매성황 오인, 투자매매 유인 등 목적성 있는 시세조종행위와 위계(거짓) 사용 등의 부정거래행위는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된다.

김씨 측은 김씨가 대표로 있는 프레스토투자자문과 매수·매도 일임 계약을 체결하고 다올투자증권 주식을 취득했다. 프레스토투자자문 측은 “우리는 NH투자증권 시스템으로 다올투자증권 주식을 매입했다. 우리가 아니라 NH투자증권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는 보통 회원 혹은 회원사가 주문을 넣으면 이들을 대신해 매입을 진행하지만 일부 대형 회원과 회원사엔 DMA(Direct Market Access) 방식을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열어준다. DMA 방식은 회원사가 직접 시스템에 들어가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이라며 “프레스토투자자문은 DMA로 다올투자증권 주식을 매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DMA 시스템을 이용하는 회원 혹은 회원사는 DMA 방식으로 주식을 매입할 때 개인인지 기관인지 외국인인지를 당사자가 직접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프레스토투자자문이 실수로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신탁사)’이라고 입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김씨와 최씨의 다올투자증권 주식 매수 때 개인이 아니라 투신으로 표시된 부분에 대한 민원이 접수된 바 있다”며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 보는 중”이라고 했다.

김씨 측은 이번 대량 매수로 다올투자증권의 발행 주식 14%를 넘어선 수량을 보유하게 됐다. 사실상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이는 다올투자증권 최대 주주인 이병철 회장이 특별관계자와 보유한 지분 25.26%와 11%p밖에 차이 나지 않는 보유량이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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