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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美 징역 33년 vs 韓 집행유예… 전경련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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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에 ‘양형기준 개선’ 의견 전달
"기업 생존·국가 경쟁력 위협 불구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 그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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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경제계가 기술유출을 국가경쟁력을 훼손하는 중범죄로 보고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전달했다.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건의 배경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해외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 데 비해 기술유출 시 실제 처벌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처벌 수준이 낮은 이유로 법정형 대비 약한 수준의 양형기준, 악용될 소지가 크고 불합리한 형의 감경요소 등을 꼽았다.

한국은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 대해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정작 실제 처벌은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보호 관련 대표 법률인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하고, 그 외 산업기술을 해외유출한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경련은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총 33건을 검토한 결과 무죄(60.6%) 또는 집행유예(27.2%)가 87.8%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재산형과, 유기징역(실형)은 각각 2건(6.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달리 대만, 미국 등은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양형기준을 피해액에 따라 가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핵심기술 보호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과 최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군사·정치영역이 아닌 경제·산업분야 기술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가 핵심기술을 중국, 홍콩, 마카오 등 해외에 유출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대만달러 500만위안 이상 1억위안(약 4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미국의 경우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 등급을 조정하고 형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술유출은 기본적으로 6등급의 범죄에 해당해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할 수 있다. 이 경우 188개월(15년8개월)에서 최대 405개월(33년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범죄에 대해 처벌이 낮은 수준에 그치는 이유는 법정형에 비해 양형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법원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실제 판결을 내릴 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하는데, 해외유출 시 기본 징역형은 1년∼3년6개월이다. 가중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 전경련은 이와 같은 형량이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처벌규정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양형기준을 상향조정하고, 국가 핵심기술 등의 유출에 대해 일반적인 영업비밀과 별도의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현행 양형기준상의 감경요소도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한 실제 처벌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관리자가 직무상의 지위를 이용해 행하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상 형의 감경요소를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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