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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하수도는 네가 한 마약을 알고 있다'…전국서 필로폰 모두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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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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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일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전국 34곳 하수처리장 모두에서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 내용은 ‘하수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20~22년)’에 대한 조사 결과다. 식약처 관계자는 “하수에는 사람 배설물이나 일상 오염물 등이 뒤섞여있다. 이를 분석하면 불법적인 마약 이용 실태 등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 투약 여부를 소변으로 검사할 수 있는 것처럼, 도시에서 생활하는 마약중독자의 배설물이 하수에 섞여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필로폰이 한국 사회에서 친숙하고 보편적인 마약임을 확인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된 필로폰



식약처에 따르면 필로폰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전국 34개 하수처리장에서 모두 검출됐다.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추정량은 21.8mg으로 조사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통상의 필로폰 1회 투약량(30mg)을 고려했을 때 약 1000명 중 한명이 매일 필로폰을 1차례 투약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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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불법 마약류 7종에 대해 이뤄졌으며, 이 중 5종(필로폰, 암페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LSD)이 2020~2022년 한 번이라도 검출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대마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마도 하수에서 검출되고 있으나 약 특성상 흡착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확한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엑스터시는 클럽 등에서 주로 퍼지는 마약이라 ‘클럽 마약’이라고도 불리는데, 검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터시가 검출된 하수처리장은 2020년 19곳에서 2021~2022년 27곳으로 늘어났다.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추정량도 1.71mg(2020년)에서 1.99mg(2021년), 지난해 2.58mg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최근 선호되는 마약이라는 경향성을 보여주는 것”(식약처)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 가장 심각…항만·대도시 검출량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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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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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천·울산과 같은 항만 지역의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추정량은 31.63mg으로 그 외 지역(18.26mg)보다 40% 이상 많았다. 대도시(26.52mg)가 그 외 지역(13.14mg)보다 많았다. 지난해 경기 시화 하수처리장(136.50mg)이 전국 평균(18.07mg)보다 8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천은 필로폰·엑스터시·코카인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추정량이 각각 39.73mg, 7.97mg, 10.70mg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코카인은 서울·부산·인천·경기 지역 하수처리장에서만 검출됐는데, 인천공항 하수처리장(42.82mg)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만 주변에 마약이 많이 버려지거나 혹은 유통이 많이 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추정량은 강우량이나 하수로 폐기된 마약류 양, 허가된 의약품의 대사물질 등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분석에 다소 한계가 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김극철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물을 분석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고도 처음 사용량을 추정할 수 있다. 검출된 마약은 실제 투약된 것 중 일부라 이번 조사는 마약이 전국 곳곳에 퍼져있다는 사회적 심각성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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