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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역주행’ 수내역 에스컬레이터…한 달 전 검사에선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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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며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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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1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불과 한 달 전 안전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8일 오전 8시20분쯤 수내역 2번 출구에서 작동 중이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이용객 1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A씨 등 3명이 허리와 다리 등에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B씨 등 11명은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부상자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정상 작동하던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는 갑자기 작동을 멈춘 뒤 역주행하기 시작한다. 이내 1초도 지나지 않아 에스컬레이터 위쪽에서 균형을 잃은 시민이 쓰러지고 뒤에 있던 시민들이 잇따라 넘어졌다.

일부는 손잡이를 잡고 버텨보려고 하지만 물에 쓸려 내려오듯 넘어지는 인파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한 시민은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손잡이를 잡고 하행 에스컬레이터로 넘어가는 모습도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A업체가 코레일로부터 위탁 관리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의 총 길이는 9m로 2009년에 설치됐다.

A업체는 매달 1회 수내역 내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실시됐던 정기 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에도 오는 10일쯤 점검이 예정돼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지난해 9월30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해마다 실시하는 안전 점검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당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수동 조작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역주행 방지 장치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기계적인 결함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앞서 이뤄졌던 여러 차례의 안전점검에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역주행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대전역에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던 에스컬레이터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이용객들이 넘어지면 10명이 다쳤다.

2017년에는 안산역 1번 출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던 중 멈춰 선 뒤 뒤로 3m가량 밀려 9명이 다쳤다. 2013년 분당선 야탑역 상행 에스컬레이터도 역주행해 승객들이 한데 뒤엉켜 넘어지면서 39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양방향에 안전 펜스와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통행이 제한된 상태다. 관계자들이 사고가 발생한 2번 출구 앞을 지키며 다른 시민들에게 우회를 안내하고 있다. 철도사법경찰대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목격자 진술과 현장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코레일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합동 사고조사를 시행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는 한편 전국 역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일제점검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8대의 점검을 이날 중 완료하겠다”면서 “사고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시기에 설치된 8개역, 37대 에스컬레이터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점검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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