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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박수홍, 여친 때문에 미쳤다...자료 주지말라” 친형의 세무사 회유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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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방송인 박수홍.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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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수홍(53)의 기획사 자금 등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친형 진홍(55)씨가 “동생이 여자친구에 미쳤다”며 세무사를 회유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 심리로 열린 진홍씨 부부의 공판에는 박수홍의 1인 기획사 ‘라엘’과 ‘메디아붐’의 장부를 10년 넘게 관리해온 세무법인 대표와 소속 세무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대표 A씨는 “박수홍과 업무 관련해서는 한 번도 이야기 나눈 적 없다”며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가 되면 진홍씨와 함께 와서 직원들에게 사인해주고 ‘형님 얘기만 잘 들어달라’는 덕담을 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다 2020년 초 진홍씨로부터 “박수홍이 찾아와서 자료를 달라고 하면 주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박수홍은 이 무렵 진홍씨의 횡령 가능성을 의심하고 관련 내역 등을 살펴보고 있었다. A씨는 “진홍씨가 ‘박수홍이 여자친구 때문에 미쳤다. 저를 도와주셔야 한다’고 했다. 워낙 선한 분이셔서 의심한 적이 없다”며 “박수홍 얘기나 들어보자 해서 세 차례 정도 만났는데 진홍씨가 얘기한 것과 어긋나는 게 많았다”고 했다.

같은 세무법인 소속 세무사 B씨 역시 “진홍씨가 박수홍이 장부를 열람하지 못하게 하고, 알고 있는 내용도 언급하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진홍씨가 B씨에게 “저와 배우자 내역은 수홍이가 모르니 절대 얘기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보낸 문자를 증거로 제출했다.

진홍씨가 일하지도 않는 이들을 회사의 직원으로 등록하고 급여를 주는 식으로 법인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박수홍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진홍씨가 “동생이 세금 내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미치도록 싫어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A씨는 “진홍씨가 동생을 위해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각서까지 썼다. 모든 돈은 동생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으나 진홍씨는 ‘모든 일은 박수홍에게 돈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고 말했다.

진홍씨 부부가 2015년 서울 강서구 소재 상가 8채를 개인 명의로 매입하려다 중도금이 부족해 법인 자금으로 충당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A씨는 “부동산을 취득하면 자금 출처를 본인 소득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진홍씨 부부의 자금 소득원이 너무 적었다”며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으니 말렸다고 했다. 이어 “재차 물어봤는데도 ‘법인에서 (돈을) 내면 된다’며 꼭 취득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면 배임, 횡령이고 박수홍에게도 문제가 되니 법인 명의로 취득하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그는 “진홍씨도 그랬지만 특히 배우자의 자금 출처가 굉장히 부족했다”며 “처가가 현금이 많나 싶었다”고 했다.

진홍씨는 2011~2021년 박수홍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1인 기획사 법인 자금과 박수홍의 개인 돈 61억7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형수 이모(52)씨도 일부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21년 박수홍의 고소로 법적 분쟁이 불거지자 출연료와 법인 계좌에서 돈을 빼내 자신들의 변호사 비용으로 쓴 혐의도 받는다.

박수홍은 지난 3월 재판에 출석해 진홍씨 부부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통장 자체를 맡겼다. 제 자산을 불려주고 (법인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믿었다”며 “(형은) 수많은 세월 동안 저를 위해 자산을 지켜주겠다고 기만하고 횡령 범죄를 끝까지 숨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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