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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도여성 잔혹사…테라스에서 자려했단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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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인 사건으로 처벌 강화…근절은 어려워

뉴스1

지난 2020년 3월20일(현지시간) 2012년 발생한 '뉴델리 여대생 버스 강간 사건'과 관련해 시위 중인 인도 여성.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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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인도에서 최근 두 명의 소녀가 잇달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페미사이드(여성 살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구자라트의 수라트 지역에서 19세 소녀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칼로 공격당해 숨졌다.

숨진 소녀의 아버지는 딸과 아내가 집 안이 아닌 테라스에서 자고 싶어 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델리에서는 지난달 30일 16세 소녀가 골목길에서 칼에 찔려 숨졌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20세의 한 남성이 이 소녀를 30번 이상 찌르고 콘크리트 석판으로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몇몇 행인들이 사건을 목격했으나,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소녀는 경찰이 발견하기 전까지 30분 넘게 길거리에 방치됐다.

이 남성은 피해자와 교제해오다가 이별을 통보받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델리 여성 위원회 의장인 스와티 말리왈은 "델리는 소녀들과 여성들에게 매우 안전하지 못하다"며 "내 경력에서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살인이 일어났을 때 사람이 많았는데 아무도 소녀를 도와주지 않았다"며 "범죄의 강도, 빈도, 잔혹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간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인도에서는 여성 폭력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다. 지난 2012년 뉴델리에서 23살 여대생이 시내버스 안에서 집단성폭행을 당해 사망한 사건으로 가해자 4명에게 사형이 집행되는 등 처벌 수위는 강화됐지만, 여성을 향한 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인도에서는 지난 2021년에도 달리트 출신 9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당한 뒤 살해돼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2019년에는 2명의 달리트 어린이가 야외에서 배변을 한 뒤 구타를 당해 사망했고, 2018년에는 13세 소녀가 참수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인도 전역에 만연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에 따르면 2020년 2만8000건 이상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접수됐다. 경찰에 접수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그 수치는 3만 건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범죄기록원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무려 40% 증가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사건을 연구하는 인도의 변호사 자이나 코타리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끔찍한 살인과 폭력 사건을 목격했다"며 "범죄는 계속되고 있지만, 국가는 눈에 띄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인도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가정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아 한다"고 덧붙였다.

말리왈 의장 역시 정치인들의 무관심과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 부재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부장제와 여성혐오 모두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지만, 우리 정치인들이 약속하거나 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나라들과의 차이점"이라며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해서 신고할 경우 어떤 결말을 맞을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어떤 여성이 용기를 내서 신고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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