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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알뜰'에 속타는 주유소…"공정경쟁 가능한 제도 만들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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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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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알뜰주유소의 '공동 입찰'을 '개별 입찰'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주유소 및 정유업계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지속가능한 제도'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다.


외형 성장에 성공한 알뜰주유소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알뜰주유소는 1305개다. 전국 주유소의 약 12%가 알뜰주유소다. 설립 1년차인 2012년(844개) 대비 55% 가량 몸집을 불렸다.

물량 기준으로 보면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판매물량은 78억 리터(ℓ)에 달한다. 국내 주유소 판매량의 약 21% 수준이다. 2012년(24억9000만 리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알뜰주유소는 그동안 일반주유소 대비 리터 당 약 30~40원 정도 더 싼 가격에 국민들에게 기름을 공급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알뜰주유소 가격인하효과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가(2012~2020년)를 총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정유사의 과점적 시장구조를 견제하고, 국민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석유공사·농협이 공동 입찰을 통해 정유사 두 곳과 최저가로 2년 단위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기름을 싸게 공급해왔다. 외형 성장을 통해 볼 때 소기의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작용도…"공정 경쟁이 안 돼"

공급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특히 주유소 업계가 그렇다.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와 더불어 알뜰주유소의 존재가 기존 주유소들의 폐업을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실제 2012~2022년 사이에 폐업한 주유소는 1800여개에 달하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외형을 키워온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정부 정책을 통해 최저가로 기름을 공급받는 알뜰주유소와 가격 경쟁에서 완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주유소들의 입장이다. 정부가 일부에만 특혜를 줘 불공정 경쟁 및 가격 치킨게임을 조장한다는 비판이다. "차라리 모든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해달라"는 아우성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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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알뜰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2022.7.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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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도 썩 내켜하지 않는다. 알뜰주유소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대량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확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익창출이 거의 안 되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그 물량의 석유제품을 정당한 마케팅을 거쳐 해외에 수출한다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 검토에 반색하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알뜰주유소 '개별 입찰'을 만지작 거리는 것에 주유소 및 정유 업계는 긍정 평가를 하고 있다. 농협이 개별 입찰을 통해 확보한 물량을 바탕으로 산간도서 지역 기름 공급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12년 만에 입찰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이기도 해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업계는 석유공사와 농협이 알뜰주유소 '개별 입찰'을 진행할 경우, 공급량에 비례해 적용하는 할인율을 기존 '공동 입찰' 대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을 어느정도 인상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알뜰주유소 공급물량이 '기준물량+알파'로 설정돼 사실상 무한대인 것에 제한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합리적인 수준의 추가물량 한도, 초과 물량에 대한 별도 가격 기준 등을 설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의 경우 양적 성장은 충분한 만큼, 이제는 내실을 꾀할 때"라며 "소비자와 공급자가 윈-윈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오르는 방식이어서, 운영방식을 쉽게 바꾸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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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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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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