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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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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돼선 안돼" 펜스, 美대선 출마 공식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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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대에는 다른 리더가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7일(현지시간)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이 된 펜스 전 부통령은 1·6 사태 당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州) 디모인에 위치한 드맥크 어번 캠퍼스에서 연설을 통해 "헌법 위에 자신을 두는 사람은 결코 미국의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 누군가에게 헌법보다 (자신을) 더 우선하라고 요구하는 사람 역시 다시는 미국의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펜스 전 부통령의 연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과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에 집중됐다. 먼저 그는 "미국인들은 그 파멸적인 날에 대해 알 자격이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에게 그와 헌법 중 택일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 유권자들은 같은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며 "나는 헌법을 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지지층을 비롯한 보수 공화당 당원들을 의식해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1·6 사태에 대해 언급하기조차 꺼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펜스 전 부통령은 "공화당이 미국 헌법의 정당이어야 한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미국인들은 공화당 지도자들이 헌법을 지지·수호하겠다는 맹세를 지킬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심지어 헌법이 우리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며 "지난 몇 년간 그를 위해 자주 기도했다. 그가 돌아와 그날 잘못한 것을 확인하길 바랐으나, 그럴 리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헌법 위에 자신을 두는 사람은 결코 미국의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펜스 전 부통령이 1·6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하면서 '결코(never)'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펜스 전 부통령이 전직 상사에 대해 가장 공격적인 비판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오전 출마 선언 영상에서도 "지구상 가장 위대한 국가가 누릴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다른 시대엔 다른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을 차별화했다.

미 부통령이 한때 함께 일했던 대통령을 상대로 대선 도전장을 내민 것은 미 현대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든든한 러닝메이트였던 펜스 전 부통령은 1·6 의회 난입사태를 계기로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지난 대선 결과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인증하지 말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했고, 이후에도 정책적으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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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어제의 동지'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책적 차별화를 위해 낙태, 재정, 외교정책 등 3가지 문제를 앞세웠다. 낙태 접근권 제한 법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혀온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그는 보수주의자로서 통치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오늘날 그는 그런 약속을 하지 않는다. 미 역사상 가장 낙태를 반대한 행정부를 이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제는)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대의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를 '불편한 것'으로 취급하고, 심지어 선거 패배조차 '로대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아울러 펜스 전 부통령은 사회보장, 메디케어와 관련해서는 개혁을 촉구했다.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났음을 지적하면서 미국을 "자유세계의 지도자"라고 정의했다.

이날 펜스 전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에도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급진좌파가 국내외에서 미국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점점 커지는 경기침체',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자유의 적', '시대를 초월한 미국의 가치'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더 낫다. 우리는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 시대에 따른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공화당에서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팀 스콧 연방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에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펜스 전 부통령의 대권 도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 언론들은 다수의 공화당 유권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한 그를 반역자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가장 잘 알려진 공화당 후보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좌파와 우파 유권자 모두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입소스에 따르면 지난달을 기준으로 한 펜스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5%에 그친다. 해당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9%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달 CNN의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및 공화당 성향 무소속 의원의 45%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펜스 전 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모든 후보를 통틀어 더 불리한 평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공개된 몬머스대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3%인 반면, 펜스 전 부통령은 3%에 그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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