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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탈취당한 中企 기술 외국 유출, 배후에 공기업?…양측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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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엔지니어링, 한국남동발전 기술탈취, 입찰 짬짜미 의혹 제기
중간 건설사, 기술탈취 업체 직원 4명 기소...실형도 선고
한국남동발전 "무혐의 종결된 사안" 반박
피해 기업 대표, 尹에 호소 "이런 일 없게 해달라"

석탄이 화력발전에 쓰이기 전 창고에서 자연발화하지 않도록 막는 한국 중소기업의 원천기술이 공기업 한국남동발전에 탈취돼 외국에까지 넘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 수사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기술 탈취기업의 책임자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 중소기업은 한국남동발전이 스스로 윗선이었음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진엔지니어링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발전 공기업들이 우리 기술을 계획적으로 탈취하고 특정 업체를 밀어줬다"며 "특정 이익 집단을 위해 중소기업 기술이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엔지니어링은 올해로 23년 된 친환경 발전소 설비 기업이다. 석탄이 화력발전에 쓰이기 전 창고에서 산소를 만나 자연 발화하거나 비산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기존에 화력발전소들은 '스프레이건'이라는 물대포로 물을 쏴 공기 중 비산먼지를 줄였다. 이 방법은 물을 많이 사용하고 물이 석탄 가루와 섞여 탄진폐수가 돼 처리하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한진엔지니어링은 세계 최초로 물 입자를 미립화해 뿌리는 방식을 고안했다. 비산먼지는 입자가 보통 30~40마이크로미터라 물 입자를 20마이크로미터로 줄여 분사했다.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물로 먼지를 제거하고 폐수 발생량도 줄일 수 있었다.

또 물에 비산먼지 저감 물질을 섞어 분사하면 물질이 석탄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자연발화도 억제해줬다.

이런 기술은 2019년쯤 정부가 약 1조원 예산을 들여 화력발전소의 석탄 창고를 옥내화하는 작업을 추진한 덕분에 사업성이 커졌다. 중소기업 성능인증 우수제품으로 선정됐고 삼척과 태안 등 발전소에 비산먼지 저감 설비로 납품됐다.


"한국남동발전 지시로 특허 등록"...기술탈취, 입찰 짬짜미 의혹

머니투데이

허인순 한진엔지니어링 대표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남동발전과 대형 건설사들, 리텍에프이에스가 화력 발전소 석탄 창고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 저감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 직원들은 기술 탈취 대가로 금품을 받고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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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동발전은 강원도 고성 화력발전소에 비산먼지 저감 설비를 설치하며 한진엔지니어링에 설비 의뢰를 했다. 한진엔지니어링 중개로 설비가 먼저 도입한 발전소에 견학을 다녀왔다.

견학한 후 한국남동발전이 물 입자 미립화 아이디어를 제3업체 리텍에프이에스에 넘겼다는 게 한진엔지니어링의 주장이다. 물 입자 미립화 기술은 이미 한진엔지니어링이 특허를 갖고 있으니, 리텍에프이에스는 한국남동발전 지시를 받아 '물 입자경 자동 조절' 기술을 특허로 새로 등록했다는 것이다. 카메라로 비산먼지 지름을 하나씩 감지해 물 입자의 지름을 20~100 마이크로미터로 바꿔가며 분사하는 기술이다.

한국남동발전은 비산먼지 저감 설비 입찰을 받을 때 기술규격서에 물 입자경 자동 조절을 명시해 한진엔지니어링이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이어 대형 건설사들과 공동 출자했던 고성그린파워, 강릉안인화력이 리텍에프이에스 기술로 입찰을 따낼 수 있도록 했다.

한국남동발전 책임자들이 그 대가로 리텍에프이에스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게 한진엔지니어링 주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리텍에프이에스 직원이 증인 심문을 받으며 "한국남동발전 지시를 받아 기술 규격서를 썼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한다.

한진엔지니어링은 물 입자 '미립화'가 기술의 핵심이지 물 입자경 자동 조절은 크게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석탄 창고에서 비산먼지 지름을 측정하면 보통 20~30 마이크로미터라 물 입자를 다양하게 생성할 필요가 크게 없다는 것이다. 또 비산먼지 지름을 측정하려면 창고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는데 창고가 축구장보다 넓다 보니 그 비용만 수백억이고 먼지가 워낙 많아 카메라는 자주 오작동한다고 한다.

한진엔지니어링은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 입회하에 고성 발전소의 비산먼지 저감 설비를 확인하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국남동발전 "우린 원청, 기술탈취 구조상 불가능"..."공문은 왜 보냈나"

머니투데이

지난달 30일 중소기업중앙회 주관 '반복되는 기술탈취 근절방법 없나' 세미나가 열렸다. 중소기업들이 반복적으로 피해를 보는 기술탈취 문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기술탈취 근절 위해 손해배상 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등 의견을 냈다./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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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발전소 설비에 일본 모 기업 노즐이 사용됐다. 일본 기업은 이전까지 발전소에 납품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해당 납품을 계기로 해외 14개 지사로 영업을 해 2021년부터 인도네시아 화력발전소 등에 한진엔지니어링 기술로 비산먼지 저감 설비가 설치되고 있다.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팀은 지난해 3월쯤 한국남동발전과 리텍에프이에스 등을 압수수색했고 리텍에프이에스 직원 1명, 석탄창고를 시공한 한라산업개발 측 3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비밀보호에관한법 위반, 배임 중재, 배임수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했다. 리텍에프이에스 직원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한국남동발전은 자신들이 고성 발전소 건설 전체를 발주한 원청이고, 비산먼지 저감 시설은 석탄 창고를 시공하는 한라산업개발이 재도급으로 발주한 것이기 때문에 구조상 기술 탈취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검찰도 직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가 무혐의로 종결했다"고 했다.

한진엔지니어링은 한국남동발전 지시가 있었다는 재판 증언들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명의로 된 공문이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 리텍에프이에스 컴퓨터에서 발견된 점 등을 미뤄볼 때 한국남동발전이 윗선이 맞다고 반박한다.

또 한국남동발전 직원들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된 것은 당시에는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게 한진엔지니어링의 주장이다. 리텍에프이에스 직원은 심문 도중 납품 대금이 7억원 증액됐으며 이중 3억원이 발주처인 한라산업개발, 3억원은 한국남동발전 측에 전달됐다고 진술했다.

허인순 대표는 한국남동발전 직원들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기술은 현장 연구진의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아픔을 딛고 완성된다"며 "그렇게 완성된 중소기업 우수 제품이 특정 집단 먹잇감이 됐다. 이런 일이 없도록 기술 침해 처벌 기준, 양형 기준을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한진엔지니어링은 한국남동발전을 포함해 이 사건에 연루된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 제기를 검토 중이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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