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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눈앞에 펼쳐지는 ‘혼합 현실’… 애플 야심작은 ‘고글형 컴퓨터’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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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MR 헤드셋 ‘비전 프로’ 선보여

현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 더해

눈·손짓·음성으로 앱 조작 가능

판매가 456만원… 2024년 美부터 출시

콘텐츠 부족·높은 가격대는 단점

CNN “고객 두터워… 업계 새 생명”

시장 반응 미지근… 주가 소폭 하락

“오늘은 컴퓨팅 방식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맥이 개인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 프로’는 우리에게 공간 컴퓨팅을 선보이게 되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혼합현실(MR·Mixed Reality) 헤드셋 ‘비전 프로’를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세계일보

영화가 현실로 애플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3에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선보였다.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원하는 크기로 조정해 눈앞에 띄워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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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CEO는 행사 마지막 “원 모어 싱(one more thing)”을 말한 뒤 MR 헤드셋을 소개했다. “원 모어 싱”은 고 스티브 잡스가 주목할 만한 제품 발표 때 기조연설에서 사용했던 말이다. 전체 행사의 3분의 1인 40분이 비전 프로에 할애됐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2014년 애플워치 이후 내놓은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신제품이다. 애플은 ‘기술개발그룹(TDG)’이라는 부서를 만들어 2016년부터 헤드셋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비전 프로에 대해 “착용형 공간 컴퓨터”라고 표현했다. 비전 프로에 적용된 MR는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친 증강현실(AR)을 확장한 개념이다. 실제 환경에서 가상의 정보를 융합해 진화한 가상세계를 구현하고, 시각뿐 아니라 청각 등 오감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 AR와 다르다.

스키 고글 형태의 비전 프로를 쓰면 각종 애플리케이션(앱)과 콘텐츠를 현실이 배경인 3차원 공간에 띄워 넓게 이용할 수 있다.

새로 개발한 ‘비전OS’가 운영체제로 작동한다. 기존 아이폰 및 아이패드 앱과 연동해 사용자는 쉽게 앱과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다. 수십만 개의 앱을 3D 공간에 넓게 펼쳐 원하는 크기대로 배열하고, 여러 개를 한번에 띄워 놓고 작동할 수 있다. 키보드나 리모컨 등의 별도 기기 없이 눈과 손, 음성으로 조작한다.

2개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어 영화를 볼 때면 화면을 100피트(약 30.5m) 크기로 확장해 개인 영화관을 구현한다. 첨단 공간 음향 시스템도 지원된다. 처음으로 3D 카메라를 장착한 것도 특징이다.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저장했다가 꺼내 보면 3차원 이미지로 재생돼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애플은 설명한다.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을 작동하면 통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실물 크기로 나타나고, 사용자 모습이 디지털로 재현돼 표정과 손짓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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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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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프로를 쓰고 있다고 현실과 단절되는 것도 아니다. 자연광에 동적으로 반응하며 그림자도 드리워 사용자가 공간의 크기와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사이트(EyeSight) 기능을 통해 쓰고 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다가가면 기기가 투명하게 느껴지면서 사용자가 주변을 볼 수 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새로운 R1 칩이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가 입력한 정보를 처리해 이러한 최신 기술을 지원한다.

전원이 연결된 경우 종일 사용할 수 있고, 외장 배터리를 사용하면 최대 2시간까지 가능하다. 비전 프로는 내년 초부터 미국에서 3499달러(약 456만원)에 판매되며 이후 다른 나라로 확장될 예정이다.

애플은 MR 헤드셋 출시와 함께 디즈니플러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디즈니와 협력하고, 3D 앱 개발을 위해 게임 엔진 개발 업체 유니티와 협업한다고 밝혔다.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끈 애플 헤드셋이 시장 판도를 바꿀지 전망은 엇갈린다.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팟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정보기술(IT) 업계를 선도해 왔고, 아이폰 고객층이 두텁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해외 IT 전문매체 맥루머스는 비전 프로를 통해 애플이 개발 중인 AR 안경 ‘애플 글라스’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CNN은 “엄청난 고객 기반이 있는 애플의 진입이 헤드셋 업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MR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은 가장 큰 한계다. 개인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도 단점이다. 이에 이날 애플 주가는 전날 대비 0.76% 하락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애플은 헤드셋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맥 컴퓨터의 모니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이폰이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애플은 이날 기존 인텔 칩 대신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 ‘M2 울트라’와 M2 칩을 탑재한 두께 11.5㎜, 15인치 크기의 새로운 노트북 맥북 에어도 선보였다.

또 △이용자가 서로의 아이폰을 가까이 대거나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가져다 대기만 하면 손쉽게 연락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네임드롭(NameDrop) △지인이 귀가 시 실시간 위치를 공유해 주는 체크인(Checkin) △사진 등을 통해 일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저널(Journal) 앱 등 업그레이드된 iOS 17 기능도 공개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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