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기름값보다 '中견제'···사우디에 손 내미는 美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원유 지속 감산에도 美 최고위급 연쇄 방문

대규모 국방·항공 거래, 우주 분야서 협력도

사우디-이스라엘 정상화 통한 新동맹도 추진

우라늄 농축까지 원하는 사우디에 美는 난색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유 감산’ 문제로 크게 틀어졌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유가 하락과 더불어 다시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력 산업인 국방 및 항공 분야에서 사우디의 구매력이 여전히 막강한 데다 중동 지역에 발을 뻗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와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6~8일 사우디를 찾아 경제 및 안보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하는 등 미국과 사우디 간에 뚜렷한 해빙 무드가 관측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은 사우디가 다음 달부터 하루 100만 배럴의 독자 원유 감산에 나선다고 밝힌 직후 이뤄지는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와 러시아 주도로 주요 산유국들이 대규모 원유 감산에 나서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관계 재검토’까지 거론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최근 양국 간의 불화가 해소되고 있다며 “국방 및 항공 거래, 중국의 중동 진출에 대한 경계심,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등이 원유 문제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의 국방 및 항공 업계에는 2650억 달러(약 346조 3500억 원)에 달하는 사우디의 주문이 대기 중인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사는 사우디의 제2 국적 항공사 ‘리야드에어’에 최소 150대 이상의 737맥스제트 여객기를 판매하기 위한 계약을 성사시키려 노력 중이다. 양국 간에는 아울러 5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및 무역도 이뤄지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사우디의 첫 여성 우주인 라이야나 바르나위를 태운 미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 ‘크루드래건’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다. 사우디 여성이 사우디의 자본과 미국 기술을 이용해 우주로 향한 것이다. 사우디 현지 매체들은 바르나위의 ISS 도착과 함께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 군주’ 이미지를 강조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처럼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미국의 행보는 다분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를 찾아 38조 원 규모의 투자 협정을 맺는 등 양국 간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기반을 둔 새로운 동맹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설리번 보좌관이 이를 빈 살만 왕세자에게 직접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국 관계에는 여전히 넘기 힘든 장애물과 이견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논쟁 중 하나는 사우디가 국내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원자력 프로그램을 원한다는 점이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의 탈석유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국은 핵 비확산을 위해 이를 분명히 반대하고 있으나 사우디는 중국 및 러시아와도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우라늄 농축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준비까지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캐런 영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사우디 핵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미국과 사우디 간 협상에서 접점을 찾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