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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우크라이나 “공세적 행동으로 전환하고 있다”···서방 전문가들 “대반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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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전선에서 장갑차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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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격 시작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5일(현지시간) 자국 군대가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 관리들과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시작했으며 러시아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을 벌인 뒤 본격적인 대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에서 공세적 행동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방어 작전에는 반격도 포함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총공세로 전환하는 대반격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도 이날 ‘지난 4일 도네츠크주 남부 5개 전선에서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공세를 격퇴했다’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반격 시작 여부에 대해 그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또 군과 주민들에게 대반격 관련 정보에 대한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됐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미국 측에 정확한 대반격 시점은 알려주지 않았으나 반격을 개시하는 시간 프레임을 제시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공세를 시작했다고 러시아가 지목한 지난 4일은 이 시간 프레임 안에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미 관리들의 이 같은 판단은 적외선으로 포격과 미사일 발사를 포착할 수 있는 군사위성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러시아 측에서 보고된 바를 종합하면 강력한 군사작전의 첫 단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이어 “전면적인 공격은 아니지만 사소한 규모의 공격도 아니다”라면서 러시아 방어선의 취약점을 파악해 훨씬 더 큰 규모의 공격을 감행하기 위한 사전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미국 관리는 NYT에 이번 공격은 전면전을 개시하기 전에 적의 사기나 무장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벌이는 소규모 교전을 뜻하는 ‘무력 정찰’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며칠간 이런 방식의 공격을 지속한 뒤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공격에 동원된 23여단과 31여단은 지난 6개월 동안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의 선봉에 세우기 위해 육성한 9개 여단에 속하지 않는다”면서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무장하고 서방의 군사 훈련을 받은) 이들 여단이 전선에 나타난다면 우크라이나 대반격 시작 여부에 대한 모호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번 공격이) 광범위한 대반격 작전의 일부인지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성공적 반격 작전은 결과가 명확해질 때까지 수일에서 수주,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공격을 저지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과 달리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일정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유명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은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적군이 우리 진지로 뚫고 들어왔다”면서 “대반격이 마침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군사 블로거 세미온 페고프는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노보도네츠크 2㎞ 앞까지 진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최근 장악했다고 주장한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남쪽 영토도 일부 탈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 우리가 기다려온 소식을 전해준 군인들에게 감사한다. 바흐무트 지역의 군인 모두 수고했다”고 말했다.

대반격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 입장은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쪽에 가깝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덴마크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행운을 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시작됐느냐’는 질문에 “나는 우크라이나군을 위해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것은 우크라이나군이 말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도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호르 테레코프 하르키우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하르키우가 러시아의 로켓 공격을 받아 여러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에는 하르키우에서 약 75km 떨어진 발라키아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시에서는 수력발전용 댐인 카호우카댐이 폭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댐 주변에서 격렬한 폭발이 일어나 댐 상부가 파괴됐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약 1만6000명이 드니프로강 우안 헤르손 지역의 위험 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은 옛소련 연방 시절인 1956년 카호우카 수력발전시설의 일부로 드니프로강에 건설됐다.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름반도와 현재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는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물을 공급한다. 타스통신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카호우카 댐의 붕괴가 현재까지 자포리자 원전에 심각한 위험을 미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카호우카 댐이 러시아 점령군에 의해 폭파됐다”며 “파괴 규모와 유속과 유량, 침수위험 지역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안보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반면 러시아 관영 언론들은 러시아군이 통제 중인 댐이 포격으로 파괴됐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테러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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