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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닥터 차정숙’ 민우혁 “좋은 사람, 좋은 배우”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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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닥터 차정숙’에서 외과의사 로이킴을 연기한 배우 민우혁. 사진=임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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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왼팔엔 검은 선이 새겨져 있었다. 결혼사진을 옮긴 문신이라고 했다. 아내와 백년해로하겠다는 약속을 그림으로 새긴 ‘사랑꾼’은 배우 민우혁. 그는 지난해 열 번째 결혼기념일에 맞춰 리마인드 웨딩을 열려다가, JTBC ‘닥터 차정숙’ 촬영으로 바빠 문신으로 자축을 대신했다. 아내를 아끼는 마음이 차정숙(엄정화)을 향한 로이킴(민우혁)의 순애보 못지않다. 아닌 게 아니라 민우혁은 ‘닥터 차정숙’을 찍으며 가족애가 커졌다고 했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민우혁은 “가족에게 헌신한다는 마음으로 활동했으나 내가 정말 좋은 남편이자 아빠였는지 다시 묻게 됐다”며 “지금은 가족이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민우혁은 ‘닥터 차정숙’의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었다. 190㎝에 가까운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로 등장부터 미남 아우라를 뿜어냈다. 이 작품을 연출한 김대진 감독은 민우혁을 보자마자 ‘이 사람이 로이’라며 확신했다고 한다. “대본상 로이는 정숙의 남편 서인호(김병철)와 정반대인 비주얼이었어요. 풍채가 크고 머리숱이 많고 치열도 고르고…. 촬영할 때 감독님이 몇 번이나 몸무게를 줄이지 말라고 하셨어요.” 민우혁이 꼽은 ‘피지컬 명장면’은 6화 조깅 장면. 오십견을 진단받은 뒤 “탈모약도 먹고, 그 덕에 서지도 않고”라며 울부짖는 인호와 우람한 다리 근육을 뽐내며 달리는 로이가 대비된다. “허벅지가 잘 나왔더라고요. 촬영 때 진짜 웃겼어요. 감독님이 ‘건치’ 하면 제가 뒤돌아 미소지었죠. 스태프들이 다 자지러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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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혁. 사진=임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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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외모에 우람한 근육, 빼어난 수술 실력과 차별 없는 인자함까지. 얼핏 완벽해 보이는 로이에게서 민우혁은 빈자리를 봤다. “훌륭한 양부모 아래서 자랐지만 혈육에게 버림받았다는 결핍”이었다. 민우혁은 로이의 미소가 “로봇 같다”고 했다. 자신 안의 아픔을 감추기 위해 꾸며낸 미소라서다. 그가 “작품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겼다”고 말한 이유도 로이의 결핍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로이가 정숙에게 빠져든 이유 역시 이런 아픔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민우혁은 분석했다. 그는 “낳아준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로이는 가정에 헌신하는 정숙에게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게 동정심이든, 사랑이든 간에 로이의 심장을 자극할 만한 요소는 충분했다”고 봤다.

차정숙을 연기한 배우 엄정화와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던 민우혁은 KBS2 ‘불후의 명곡’ 첫 출연 당시 엄정화의 데뷔곡 ‘눈동자’를 불러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닥터 차정숙’ 배우들은 엄정화 집에 모여 첫 방송을 기다리다가 이 무대를 다 함께 봤다고 한다. 작품에서 연적이었던 배우 김병철도 소중한 인연이다. 둘은 코믹 궁합이 좋았다. 병원 옥상에서 떨어진 정숙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로이와 인호가 호들갑을 떠는 장면이나 두 사람이 술에 취해 ‘찐이야’를 부르는 장면 등은 민우혁과 김병철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이들의 남다른 호흡은 ‘닥터 차정숙’ 시청률에 날개를 달아줬다. 시청률 4.9%(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로 출발한 이 작품은 자체 최고 기록인 18.5%로 막 내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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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혁. 사진=임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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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혁은 ‘닥터 차정숙’이 연기 인생의 중요한 도약대가 될 거라고 했다. 작품이 방영되는 내내 드라마와 영화 출연 제안도 “이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받았다고 한다. 팬덤도 어려졌다. 초등학생인 아들의 친구들이 매일같이 ‘삼촌 뭐해요?’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올 정도다. ‘닥터 차정숙’ 촬영과 병행한 뮤지컬 ‘영웅’ 공연도 그를 성장시켰다. 정성화·양준모 등 선배 배우들의 장점을 어깨너머로 흡수하고, 작품에 임하는 태도에 무게를 싣는 법도 배워서다. 10대 시절 야구공을 던졌고, 20대 땐 가수로, 30대엔 배우로 무대를 밟았다. 어쩌면 ‘닥터 차정숙’과 ‘영웅’이 민우혁의 인생 4막을 펼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민우혁은 “연기에 정답은 없다”면서도 “다만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경험할수록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어렸을 땐 인기를 얻으려고 혹은 잘나 보이고 싶어서 무대에 올랐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계기로 달라졌죠. 제 공연을 보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팬을 만났거든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았어요. 그때부턴 내 연기와 노래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명감을 안고 작품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좋은 배우가 되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자고 생각해요. 수백 명이 한 작품을 위해 마음을 모은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닥터 차정숙’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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