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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친명계도 "왜 일 키우나" 불만…상임위원장 꼭 움켜쥔 정청래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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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위원장에 대한 당원들의 청원이 5만 명을 돌파했다. 당원들의 명령을 당은 진중하게 생각하고 바로 발표해야 할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그는 감사원의 중앙선관위 감사 방침에 대해 “권한이 없다”고 비판하더니, 대뜸 “이는 행안위 소관 업무”라며 당원 청원 얘기를 꺼냈다. 지난달 30일 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와 5만6000여명의 동의를 얻은 이 청원의 제목은 ‘정청래 의원의 행안위원장 내정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였다. 형식적으론 당원 청원 얘기를 꺼냈으나, 실제론 자기 민원을 당원의 입을 빌려 호소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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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대의원제 폐지 포스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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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최고위원은 호불호가 갈리는 정치인이었지만, 그간 ‘시원하게 말한다’는 평가만큼은 이견이 없었다. 특히 세세한 법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민심’에 호소하는 화법은 지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대의원제 폐지의 기수(旗手)를 자처하며 ‘기득권 타파론’을 앞세웠던 게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당 최고위 회의서 “대의원을 장악·지배하는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당 혁신의 시작이고 핵심”이라고 했고, 29일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국회의원은 기득권”이라며 “당원과 국민이 웃는다. 국회의원은 조용히 있으라”고 했다. 방송 진행자는 “최근 정청래 최고의 활약이 아주 두드러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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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올린 페이스북 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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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가 자신의 행안위원장직 앞에선 사뭇 달라진 화법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본회의 직후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국회의장은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과방위원장직 사임안 의결 때 정 최고위원이 손을 들어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쳤는데, 표결 없이 방망이를 두드린 게 ‘이의가 있을 때는 표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국회법 112조 3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는 다음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되뇌면서 “법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엔 직접 작성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공개하며 “국회의장은 시정 조치하기 바란다. 접수 여부는 국회의장에게 달려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외쳤던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행안위원장직 사수전(戰)엔 외려 이재명 대표를 끌어들였다. 그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정청래가 물러나면 다음 타겟팅은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김용민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선 “국민청원 5만명이 이번 주말까진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페이스북에 1만명, 3만명, 5만명 등 청원 동의 현황을 실시간 중계했다. 친명계 의원 사이에서조차 “왜 저렇게 일을 키우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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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간 정 최고위원이 주로 사용했던 ‘기득권 타파론’은 이번엔 그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그가 최고위원을 하면서도 또 상임위원장을 놓지 않으려고 하자, 당내에선 “당이 ‘혁신·쇄신’ 얘기하는 와중에 이런 모습은 기득권 나눠먹기의 전형”(기동민 의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 최고위원과 함께 각각 교육위원장·보건복지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었던 박홍근(원내대표 출신), 한정애(환경부 장관 출신) 의원 등은 이런 문제 제기에 수긍해 상임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정 최고위원의 상임위원장 기득권 논란은 이미 지난해 8월 그가 최고위원에 선출됐을 때 제기됐다. 과방위원장을 내려놓으란 당시 요구에 대해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당에서 과방위원장을 그만둘 생각이 있느냐고 묻기에 ‘없다’고 답변했다”며 “특히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이 그만두라고 하니 더 그만둘 수 없다고 강하게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최고위원과 과방위원장 겸임한 1년 동안 단 한 명도 이의 제기 한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냐”고 되묻는다. 당내에서 정 최고위원의 행태를 두고 “만원 버스에서 빈 의자에 앉으려면 쥐고 있는 손잡이부터 놔야 한다”(재선 의원)는 선문답이 나오는 이유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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