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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美하원 정보위장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 억지력 개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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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지도부 ‘소형화’ 공개 인정

美정보기관서 북핵 정보 얻은듯

“北, 뉴욕 타격할 핵역량 갖춰”

美서 핵우산 신뢰성 논란 재점화

동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27일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며 ‘화산-31’ 등 전술 핵탄두 실물을 대거 공개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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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터너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공화당)이 4일(현지 시간)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믿는다”며 “북한은 뉴욕을 타격할 수 있는 핵 역량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터너 위원장은 “북한과 관련해 억지력 개념은 죽었다(dead)”고 주장해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술 핵탄두 실물 공개, 고체연료 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핵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보기관의 기밀 정보를 보고받는 의회 지도부가 직접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 가능성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 美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 평가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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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위원장은 이날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북한 주장을 미국은 사실이라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그게 우리가 지금 믿는 것”이라며 “북한은 미 본토는 물론 뉴욕을 타격할 수 있는 핵 역량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원 정보위원장은 의회 지도부인 이른바 ‘갱 오브 에이트(gang of eight)’의 멤버다. 상·하원에서 공화 민주 양당 대표, 정보위원장과 간사를 맡은 의원 8명을 말한다. 이들은 미 정보기관들로부터 군사 분야 등 기밀 정보들에 대해 보고받는다. 미 정보기관들도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미 의회조사국(CRS)도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대해 “핵탄두를 탑재해 한반도의 모든 위치를 타격할 수 있다”며 핵탄두 소형화 성공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 핵탄두 소형화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미 당국은 내부적으로 거의 완성 단계이거나 이미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름 60cm 이내, 무게 400∼500kg의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 폭발력)급 경량 핵탄두(전술핵 등)를 완성해 실전 배치 단계까지 나아갔다는 것이다. 통상 핵탄두 소형화 기준은 지름 90cm, 탄두 중량 1t 이내(스커드-B급 단거리탄도미사일 장착 시)로 이보다 진일보한 셈이다.

군 관계자는 “핵탄두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어서 미 본토 전역에 대한 동시다발적 핵기습력을 확보하는 게 북한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과 4월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한 고체연료 장착 화성-18형은 최대 3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다탄두 ICBM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핵으로 조준 타격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美 핵우산 신뢰성 논란 재점화

터너 위원장은 “우리도, 북한도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미국의 핵우산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북한이 한반도에 핵 선제공격 시 미국의 핵 보복에 대응해 미 본토에 핵 공격을 감행할 역량, 즉 ‘세컨드 스트라이크(second strike·보복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은 북한이 미국의 핵 보복을 우려해 한국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포기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터너 위원장이 ‘억지력 개념은 죽었다’고 지적한 것은 북한도 미국에 대한 핵 공격 역량을 갖추면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선제 핵 공격이 있더라도 미국이 이에 대한 핵 반격을 주저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한미 정상 간 ‘워싱턴 선언’으로 잠재웠던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터너 위원장은 북한의 핵무기를 요격할 제3의 미사일 방어기지를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 등 2곳에 미사일 방어기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북극해를 거쳐 뉴욕 등 미 동부 해안 주요 도시에 핵무기를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할 수 있는 새 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3월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 때문에 (제3의 미사일 방어기지는) 전략적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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