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미중 해빙무드' 경계해야 할 착시 [아침을 열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갑작스러운 미중 해빙 무드는 '착시현상'일 수 있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중국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고위급 소통은 강화하려는 '양면 대응'으로 선회했는지 그 원인을 살펴봄이 바람직하다. 특히 군사적 요인은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다.

미국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고립되면 극단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과 시진핑 사이의 유사성을 본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과소평가했다. 전쟁은 속전속결로 끝나지 않고, 희생자는 계속 늘고 있다. 세계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은 독재자를 고립시키는 것이 꼭 최선의 방책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푸틴은 팬데믹 기간 동안 크렘린궁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로 인해 측근과의 대면 접촉이 적었다. 군수뇌부와의 면담도 코로나19 감염 걱정 때문에 서로 거리를 두게 만든 기다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했다. 푸틴의 탁자는 그의 '고립'의 상징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고전하는 러시아를 보면서, 미국 측은 푸틴이 객관적 사실과 정확한 군사 정보에 의거해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한 것인지 의심했다. 푸틴의 측근들도 막상 푸틴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내릴지는 몰랐다는 정황도 나왔다. 푸틴의 단독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존재함을 가리킨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도 결국 시진핑 1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푸틴과 유사하게 중국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시진핑에게 참모들의 직언이 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미국에 있다. 권위주의 정치체제일수록 이는 최고지도자의 판단을 교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의 부재로 이어진다. 미국은 중국이 비현실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한 배후에도 시진핑의 강한 '신념'이 작용했다고 본다.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우발적 상황이 군사적 긴장 상태로 촉발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런데 현재 미중 사이에는 냉전 시대에도 있었던 군사 충돌 방지 핫라인이 없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의 항의 표시 때문이다. 미중 간 군사적 신경전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잦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 관리 중에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무력 충돌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최근 미중 경쟁이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미국은 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결국 미국은 긴장 온도를 낮춤으로써 미중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 이것이 작년 11월 바이든과 시진핑 사이에 합의한 미중 간 충돌 '가드레일'을 세우는 것이다. 미중 간 고위급 소통 채널 확보는 이의 가시화다. 최근 미중 접촉이 이전보다 활발한 이유다. 하지만 이런 접촉 시도는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미국이 원하는 것은 싸우면서도 대화는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일각에서 기대하는 전격적인 미중 해빙으로 가는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특히 미국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과의 급속한 데탕트 가능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일보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