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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부업전선 뛰어든 30대 가장, 우유 배달 도중 심폐소생술로 60대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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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생계를 위해 부업에 나서 늦은 밤 우유 배달을 하던 30대 가장이 원룸 계단에 쓰러진 60대 여성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익산에 사는 강세현(36)씨가 우유 배달 도중 위기 상황에 부닥친 한 주민을 우연히 목격한 것은 지난 1일 밤 11시51분쯤 영등동에 위치한 한 원룸.

그는 자정을 앞둔 시간, 이 원룸에 우유를 넣기 위해 1층으로 들어갔다 계단 쪽에서 주민 A(60대·여)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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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이 여성의 잠시 살핀 뒤 곧바로 위급 상황임을 직감하고 119에 신고했다. 동시에 그에게 ‘괜찮으신지, 몇 층에 사시는지’ 등을 물으며 몸 상태를 살폈으나, 그녀는 가녀린 목소리로 조금 대답하는가 싶더니 순간 의식을 잃으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에 강씨는 여성을 바닥에 곧게 눕힌 뒤 휴대전화를 통해 119에 이런 상황을 전했고, 대원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그는 군대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운 적이 있어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이후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신고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제세동기(심장충격기) 등을 이용해 응급처치를 했다. 이 주민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끝에 무사히 건강을 회복했다.

강씨는 작은 개인 사업을 하고 있으나, 최근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수입이 급감하자 퇴근 후 밤에 할 수 있는 부업을 찾아 우유 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딸의 아빠이자 한 아내의 남편인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날은 강씨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다.

그는 “혼자 쓰러져 있는 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6년여 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함께 운동을 하던 지인이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결국 돌아가셨어요. 그분은 원래 심장이 안 좋으셨지만, 심폐소생술을 잘 못 한 게 아니었나 하는 죄책감을 지울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 일로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씨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소중한 가족을 위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이웃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소방본부 측은 “인적이 드문 늦은 시간이라 자칫 주민이 위험할 수 있었는데, 강씨의 신속한 대처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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