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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탈중국' 속 딜레마 '수출 부진'…"中 시장 버릴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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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에서 '탈중국'과 '수출 부진'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수출처 다변화가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수출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미중갈등 속에서도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민간차원의 경제협력 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5일 '대중국 수출부진과 수출시장 다변화 추이 분석'을 통해 지난 1분기 기준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19.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0년 25.9%를 기록한 이후 2021년(25.3%), 2022년(22.8%)를 거쳐 마침내 20%선이 깨졌다.

중국을 대신해 미국, 호주, 인도, 베트남 등을 향한 수출 비중이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품목별로는 이차전지,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플라스틱제품 등의 분야에서 2021년부터 지난 1분기까지 중국향 수출 의존도가 3%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미중갈등이라는 국제정치 이슈 속에서 중국의 △제조업 경기 부진 △수출 자립도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제조업 PMI(구매관리지수)는 경기위축 국면을 의미하는 '5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중국의 기계 부문 수출 자립도의 경우 0.80(1에 근접할 수록 완전자립)을 보이는 중이다.

문제는 전체 수출 규모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은 올해 △1월 -16.4% △2월 -7.6% △3월 -13.6% △4월 -14.3% △5월 -16.1%(20일 기준) 모두 '마이너스'를 보였을 정도로 부진하다. 이에 따라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295억 달러(약 39조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적자가 478억 달러(약 62조원)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국가별로는 '중국'이 수출 부진을 이끌었다. 올해 총수출 감소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0.4%(4월 기준)였고, 중국의 비중은 57.5%(3월 기준)였다. 탈중국 현상이 수출처 다변화라는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한편으로는 총수출 감소라는 악영향도 야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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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관계자들은 탈중국 속에서도 중국 시장에 '끈'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중갈등 시대라고 해도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라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기술 자립도 상승에 대응할 수 있게, 우리 기업이 현지 시장에 팔 수 있는 품목을 개발하고 발굴해 실익을 거두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에 가깝다.

석유화학과 같은 품목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의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실적 부진에 빠져있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케미칼, 효성화학,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국내 석유화학사들 입에서는 일제히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반등을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의 수출자립도가 아직 0.29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기술적 우위도 충분하다.

양국 민간 차원의 협력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연료전지시스템 생산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연간 6500기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생산 능력을 갖췄다. 포스코는 중국 현지 가공센터인 POSCO-CSPC에 전기차 수요 확대 대응을 위한 기가스틸(Giga steel) 전문 복합가공 공장을 준공했다. 무협 역시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중국 연변주정부와 함께 경제무역 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양국 민간협력 확대에 팔을 걷었다.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의존도 탈피를 위해 비중은 줄일 수 있어도, 관계를 끊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 역시 정치 논리와 상관없이 미국 혹은 한국 기업과 협력을 유지 혹은 강화하길 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선제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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