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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노량진 면접 강사’가 소방관 채용 면접…“몰랐다”는 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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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현직 소방관 ‘공정성’ 성토

올해 면접점수 비중 2배 이상 늘어


한겨레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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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에 사설 학원 면접 강사로 활동하던 이가 면접관으로 참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는 소방청이 면접 점수 반영 비중을 두 배 이상 늘린 첫해다. 소방청 내부에서는 ‘면접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소방공무원 채용 경쟁률은 13.8대1로 전년도(9.6대1)보다 40% 이상 높았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한 공무원학원에서 올해 소방관 채용 면접 특강 강사로 활동한 방아무개 교수가 ‘2023년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4단계 면접 전형 면접관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면접시험은 지난달 23일부터 사흘간 대구에서 치러졌다. 소방공무원 출신인 방 교수는 공무원 학원에서 지난 4월2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진행된 ‘소방 면접반 3주 과정’ 강사진으로 활동했다.

면접관 273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방 교수는 심리 전문가·현직 소방관·외부 전문가 등 3명으로 꾸려진 면집위원단에 외부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했다.

소방청은 면접위원의 이력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난달 1일 선정된 면접위원 273명 중 20여명이 갑자기 참여가 어렵다고 해서 지난달 12일 전화로 방 교수를 추가 섭외했다. 학원에서 강의했는지는 조사하지 않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외부 강의가 자유롭기 때문에 전체 면접관들의 이력을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당사자가 양심에 따라 사임을 해야 했다”라며 “면접위원 교육과정에서 아는 사람이나 사제지간인 경우 기피 신청을 하라고 교육했고, 실제로도 2번의 기피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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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2023년 소방공무원 채용 종합적성검사’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소방청은 새로 개발한 종합적성검사와 면접시험 체계를 적용하기 위해 올해부터 전국 통합으로 시험을 시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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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 사이에선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올해부터 면접 점수 비중이 두 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기존 10%였던 면접점수 반영률은 올해부터 25%로 올랐다. 면접시간도 11분에서 25분으로 늘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면접 형식이 심층 개별면접으로 바뀐 첫 시험이고 비중도 커진 만큼 면접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소방청은 이번 면접시험에 총 2523명(채용 예상 인원 1560명, 경쟁률 1.62대1)이 응시했다고 밝혔다.

소방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면접관 전수조사, 수사의뢰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소방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채용과정의) 신뢰성을 위해 합격자 발표가 늦어지더라도 면접관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방 교수 등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익명을 요구한 소방관 ㄱ씨는 <한겨레>에 “면접전형이 최소 자격만 심사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시험부터는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도록 강화됐다. 사설학원에서 돈을 받고 면접을 가르쳤던 강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향후 면접 위원을 위촉할 때 사설 학원 강의 경력 등을 묻는 절차를 신설하고, 문제가 된 교수는 향후 면접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달 2일 특강 형식으로 2시간 강의를 하고, 12일 모의면접을 봐준 것밖에 없다. 사전 정보가 수강생들에게 나가거나 면접 당일에 수강생을 마주친 일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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