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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지적장애 동생 물가에 두고왔더니 익사…살인인가 실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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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41 동생 술·수면제 먹이고 유기…다음날 익사체 발견

1심 "상속재산 노리고 계획대로 물에 빠트린 살인 범죄"

2심 "실족 가능성 남아있으면 살인 행위 단정할수 없어"

살인죄→유기치사로 판단 뒤집혀…징역30년→10년 확정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중증 지적장애인 동생에게 술과 수면제를 먹이고 인적이 드문 물가로 데리고 가 익사하게 한 남성이 살인죄를 면했다.

검찰은 상속재산을 노리고 동생을 직접 물에 빠트린 살인 범죄라고 봤지만, 법원은 동생이 스스로 실족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남았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데일리

(사진=이미지투데이)


5일 대법원에 따르면 피고인 A 씨는 지난 2017년 부모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중증 지적장애인인 동생 B 씨(38세, 지능지수 41)를 부양했다. 4년간 B 씨를 돌보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A 씨는 B 씨가 성적 이상행동까지 보이자 화가 나 B 씨를 먼 곳에 유기하고 집으로 찾아오지 못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2021년 6월 밤, A 씨는 B 씨에게 콜라를 섞은 술을 마시게 한 뒤 경기도 구리시의 인적이 드문 강변으로 데리고 가 수면제를 먹였다. 이 수면제는 술과 함께 먹으면 고도의 의식불명 상태를 유발하는 일명 ‘데이트 강간약’이었다. A 씨는 새벽 1시경 홀로 현장을 빠져나갔고 B 씨는 다음날 오후 익사체로 발견됐다.

당초 검찰은 A 씨가 상속재산을 노리고 B 씨를 직접 물에 빠트린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그 근거로 △A 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점 △B 씨의 상속재산에 손을 댔다가 사회복지법인에 소송 당해 상당한 금액을 반환할 처지에 있던 점 △B 씨는 3억5300만원 규모의 사망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유일한 상속인이 A 씨라는 점 △동선을 감추고 알리바이를 꾸미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점 △B 씨가 약물로 깊은 진정상태에 빠져 스스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작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1심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B 씨가 물에 빠지는 순간을 담은 CCTV 영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A 씨가 B 씨를 물에 빠트렸음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모두 정황사실에 불과하다”며 “B 씨가 어느 시점에 깨어나 실족 등으로 스스로 물에 빠져 사망했을 가능성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살인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이 매우 어둡고 울타리가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하면 뒤늦게 잠에서 깨어난 B 씨가 졸린 상태로 주변을 배회하다 실족해 물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 씨가 특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기 어렵고, 자신의 혈육을 살해하려는 악성과 잔혹함이 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사건 직전에 자신의 휴대폰으로 ‘수건마취, 마취, 기절’ 등 5건을 검색하고 ‘한강공원 의대생 사망사건’ 관련 뉴스 5건을 검색한 증거를 인정하면서도 “그 외에 살인의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좀 더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A 씨가 동생이 물에 빠져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위험한 장소에 유기하고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형태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해 ‘살인죄’ 대신 ‘유기치사죄’를 적용하고 징역 30년 대신 10년을 선고했다.

A 씨와 검찰 양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 선고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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