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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노래와 세상]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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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제는 모두의 ‘언니’로 불리는 엄정화(사진)의 신인 시절은 보잘것없었다. 최진실의 매니저가 발굴하여 ‘신인 끼워팔기’를 한다는 오해도 샀다. 당대 최고를 구가하던 최진실의 그늘에서 컸던 셈이다. 그러나 오늘, 엄정화는 눈이 부시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는 물오른 연기를, tvN 예능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에서는 관능적 여가수의 면모를 보인다. 그를 ‘섹시퀸’의 자리에 올려놓은 ‘배반의 장미’는 지금 들어도 전혀 낡지 않았다.

“길어버린 머릴 자르고서/ 눈물 맺힌 나를 보았어/ 거울 속에 나는 이제까지 꿈을 꾼 듯해/ 왜 하필 나를 택했니/ …/ 기억하렴. 나의 서글픈 모습/ 새벽녘까지 잠 못 이루는 날들/ 이렇게 후회하는 내 모습이/ 나도 어리석어 보여.”

1997년 댄스음악 작곡가 주영훈의 곡으로 시계 초침 소리와 여성의 비명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다. 엄정화는 격렬한 춤과 풍부한 표정 연기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음악방송 1위와 연말 가요상을 휩쓴 건 당연했다.

“이제는 웃는 거야 스마일 어게인/ 행복한 순간이야 해피 데이즈”로 시작하는 ‘페스티발’과 “이젠 꿈에서라도 나를 찾지마/ 난 니 안에 없는 거야”라고 노래하는 ‘포이즌’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인상 깊은 건 연기자로서의 엄정화다. 농익은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끌고 가면서 시청자를 울리고 웃긴다.

<댄스가수 유랑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엄정화는 여전한 춤과 노래 솜씨로 무대를 휘젓는다. 다른 출연진 역시 우리가 그녀들에게 한 시대를 빚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히트곡을 열거하기도 힘든 김완선을 비롯하여 아시아의 별 보아, ‘텐미닛’으로 변치 않는 끼를 발산하는 이효리를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마치 ‘살아 있다면 춤을 춰라’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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