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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닭고기부터 생선까지 만든다는데… 세포 배양육도 식탁에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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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세계 최초로 배양육 허가

동물 세포 배양해 고기 형태로 생산

기후 위기-식량 부족 문제 해결 기대

국내 기업도 연구-투자에 적극적… “법적 인허가부터 이뤄져야” 지적도

동아일보

업사이드 푸드가 개발한 배양육 닭고기로 만든 프라이드 치킨 샌드위치. 업사이드 푸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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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동물의 세포로 배양한 배양육이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배양육이 식탁에 오를 날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약 100개의 배양육 기업이 미래 배양육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대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계를 중심으로 최근 들어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양육의 국내 인허가를 위한 준비가 단계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닭고기부터 생선 살까지… 배양육, 탄소중립과 식량 부족 문제 해결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먹을 수 있는 고기 형태로 만든 것을 말한다.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육을 가장 먼저 승인한 국가는 싱가포르다. 202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배양육 스타트업 ‘잇저스트’가 싱가포르에서 실험실에서 배양한 닭고기 판매 승인을 받았다. 잇저스트는 올해 3만 평 규모의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FDA는 이보다 늦은 2022년 11월 캘리포니아주 소재 배양육 스타트업 ‘업사이드 푸드’의 식품 생산을 허가했다. FDA는 이 회사가 만든 배양 세포 물질의 안전성에 대해 “더 이상 문제가 없다”며 “전 세계에 식품 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며 FDA는 식품 혁명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사이드 푸드가 승인받은 실험실 배양육도 닭고기다.

최근에는 세포 배양 생선 살도 소개됐다. 이스라엘 기업 ‘스테이크홀더 푸드’는 올 4월 말 세포배양 생선 살을 개발한 결과를 공개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능성어의 근육과 지방세포를 3차원(3D) 프린터로 생선 살 형태로 만든 것이다. 스테이크홀더 푸드의 배양 생선 살도 싱가포르에서 허가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잇저스트 제품을 세계 최초로 허가한 싱가포르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양육이 각광받는 이유는 기후위기를 타개할 혁신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1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지구촌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가 음식과 관련된 활동에서 나오며 음식 관련 활동 대부분은 축산업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와 함께 동물 복지 윤리는 물론이고 세계 식량 부족 문제 해결 등에도 배양육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국내서도 R&D 활발… “인허가 준비 이뤄져야” 지적도

2020년 싱가포르의 잇저스트 허가를 기점으로 배양육 상용화가 이뤄지자 국내에서도 대기업은 물론 연구자들, 스타트업들이 배양육 R&D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차형준 포스텍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해조류를 활용한 고해상도 바이오잉크를 개발했다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차 교수는 “해조류에서 유래한 천연 탄수화물과 인체에 무해한 가시광선으로 세포 생존율과 해상도가 높은 바이오잉크 기술을 개발했다”며 “가까운 미래에 해조류를 활용한 배양육 개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 스타트업인 ‘스페이스에프’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알케미스트’ 프로젝트에서 인공 배양육 부문 사업자로 선정됐다. 연금술사를 뜻하는 알케미스트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실패해도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프로젝트다. 스페이스에프는 서울대, 세종대, 식품기업 대상, 화학기업 롯데정밀화학과 배양육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 동물줄기세포 및 식육학, 세종대 기능성식품학 연구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김병훈 스페이스에프 대표는 “미래 식량안보, 지구온난화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배양육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양육의 ‘맛’과 ‘단가’를 맞추려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이 집중돼야 한다면서도 산업계의 활발한 투자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인허가가 준비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배호재 건국대 KU융합과학기술원 교수는 지난달 24일 ‘대체 단백질 식품과 배양육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한림원탁토론회에서 “배양육 관련 투자가 세계 곳곳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법적으로 인허가가 돼야 산업체가 적극적으로 투자도 하고 산업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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