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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취재석] 尹정권, '무능'보다 우려되는 '무오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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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사람 없는 '재난문자 오발령'
심각한 문제는 모두 '문재인 정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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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위급 재난문자 오발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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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오늘 새벽 북한 우주발사체 관련 서울시 경계경보 문자로 많은 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다."(오세훈 서울시장 5월 31일 긴급 브리핑)

북한이 '예고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직후 서울시의 위급 재난문자 발송 '혼선'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설명입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6시 41분, 940만 서울시민과 이른 아침 인천·경기에서 서울로 출근한 이들은 일제히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위급 재난문자를 받았습니다.

'왜 경계경보를 발령한 것인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문자에 놀라 깬 이들은 잠결에 허겁지겁 주거지 밖으로 대피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뒤 상황을 인지하고 일상적인 아침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접속장애'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22분 뒤 행정안전부는 "서울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재난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다시 22분이 지난 7시 25분 서울시는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 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혼선이 지속됐지만, 그 책임에 대해 서울시와 행안부는 서로 네 탓을 하기 바빴습니다.

서울시의 재난문자 내용은 부실했고, 정확하지도 않았으며, 신속히 전파되지도 않았습니다.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오 시장의 발언은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재난 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오발령'이라고 규정한 것도 서울시가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더 큰 우려를 자아냅니다. 무능력보다 우려되는 게 실수에 반성하지 않는 태도, 즉 나는 오류가 없다는 '무오류 인식'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데 나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하지만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재난과 관련해서는 지나친 게 모자란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며 오 시장을 엄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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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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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식은 윤석열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례로 최근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전세사기'에 대해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북한의 무인기 침공 때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뚫린 것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무인기 대응) 훈련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전 정부 탓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이런 사고 났다는 것 자체는 일단은 문재인 정권이 책임이 있다"(정미경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는 황당한 남 탓 발언이 나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국가 책임을 제대로 진 고위 인사는 아직도 없습니다.

사안을 바꿔가면서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국민에게 투표로 권력을 위임받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 권력자들의 이런 무오류 인식, 문제가 생기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는 '전 정부 탓' 때문이 아닐까요?

'무능'은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면 '유능'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오류 인식을 갖고 있다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라도 권력을 가진 이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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