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저무는 ‘디젤 시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국내 신규 등록 경유차
처음 하이브리드에 추월당해

유럽선 폭스바겐 사건 ‘결정타’
올해 판매량 순수전기차에 뒤져

지난달 국내에 새로 등록된 디젤(경유)차 수가 사상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차에 추월당했다.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유럽에서는 올해 들어 순수전기차보다도 디젤차가 덜 팔리고 있다.

저비용·고효율 차량으로 10년여간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온 디젤 엔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4일 자동차 데이터 분석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새로 등록된 신차 14만9541대 중 디젤차는 2만6898대로 하이브리드차(2만7863대)에 뒤졌다.

하이브리드차가 디젤차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진 외에도 전기모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에서 순수전기차로 넘어가는 과정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연비가 좋은 데다가 전기차처럼 충전에 오랜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어 신차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6년 6만2294대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차 신규등록대수는 지난해 21만1304대로 3배 이상 늘었다.

반면 디젤차의 인기는 완연한 하락세다. 정부의 배출가스 규제와 노후차량 교체 지원 정책으로 인해 증가세가 꺾였다. 디젤 차량 신규등록대수는 2016년 87만2890대에서 지난해 35만616대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고효율·저비용 이동수단인 하이브리드차가 소음과 진동도 더 적은데 굳이 디젤차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하이브리드차의 부상 이전까지 디젤차는 가솔린(휘발유)차보다 기름값이 싸고 연비 효율이 좋아서 인기를 끌었다.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을 내뿜는 게 약점이지만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장착했다는 ‘클린 디젤’ 마케팅이 통하면서 한때 친환경 엔진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대중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디젤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면서 판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통적으로 디젤차를 선호해온 유럽에서조차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4월 유럽 30개국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55만9733대로 같은 기간 디젤차 판매량(55만391대)을 앞질렀다. 전년 동기 대비 전기차 판매량은 36.5% 늘어난 반면 디젤차는 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는 108만9414대 팔리며 디젤차 판매량을 2배가량 압도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내연기관 배출가스를 현행 기준인 ‘유로6’보다 줄이도록 강제하는 ‘유로7’ 규제를 시행한다. 새로운 규제하에 디젤 엔진의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점차 내연기관차를 줄이고 하이브리드차와 순수전기차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아반떼 디젤을 마지막으로 세단 부문에서 디젤 엔진을 모두 단종했다. 그나마 중량이 무거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서는 토크(회전력)가 강력한 디젤 엔진이 명맥을 잇고 있지만 이마저도 코나, 기아 셀토스 등 소형 SUV부터 차례로 디젤 라인업을 제외하고 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 삼성 27.7% LG 24.9%… 당신의 회사 성별 격차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